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 8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가를 비롯한 연료비 가격 급등으로 전력구매 부담이 대폭 커졌지만, 전기요금 동결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우려로 인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LNG t(톤)당 가격은 132만7천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올랐고 유연탄은 191%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력 판매 수익은 15조3천784억원으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이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데 LNG·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사들인 전력 구매비용도 대폭 올랐다.
하지만 이에 비해 판매 가격인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한전은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연료비·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되 국민 부담을 고려해 올해 분할 적용키로 했다.
한전은 유가 변동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아직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이 1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한전 "전기요금 정상화 시급"…물가 인상 압박에 부담
한전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및 가격 급등 상황에서 국내만 예외적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이익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지금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더욱 커지는 구조"라며 "연료비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요금 판매사들이 연료비 급등으로 심각한 재무적 위기에 봉착해 영국 30개, 일본 14개, 독일 39개, 스페인 25개 등의 전기요금 판매사가 파산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모두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국가 재정 지원이 단행되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달 ㎾h(킬로와트시)당 202.11원으로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해 전기요금 인상의 명분은 쌓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월(76.35원)보다 164.7%나 급등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180.5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6%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마저 대폭 인상될 경우 서민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새 정권 초반에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전기요금을 계속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 한전, 비상대책위 구성…"부동산·출자지분 매각"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발전 자회사들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무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 외에는 매각하고 보유 부동산도 매각 가능한 것은 매각한다는 원칙하에 관련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해 매각을 비롯해 해외 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전력공급 및 안전 경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투자사업의 시기 조정 및 비용 절감도 추진하기로 했다.
발전자회사는 연료비를 포함한 전력 생산원가 절감 노력을 강화한다.
한전은 경영 혁신도 단행해 디지털화와 비대면 경향을 반영한 인력 재배치에 나서고 전력 데이터·플랫폼을 개방해 민간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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