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이 생긴 것은 한 달쯤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라디오 주파수를 잘못 맞췄을 때 들리는 잡음 비슷한 소리가 나더니, 한겨울에 창문을 사납게 뒤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로 바뀌더니, 그것이 다시 저벅저벅 행군하는 군인들의 발소리로 바뀌었다. 모두 잠든 깊은 밤이면 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해져 동이 트도록 잠들지 못했다. 밤이 엉망이니 낮도 엉망이 됐다. 밤낮으로 나는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게 유스타키오관입니다. 의사가 볼펜 끝으로 벽에 걸린 귀 내부 구조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귀 내부와 외부의 압력이 같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지금 제 기능을 못해서 이명이 생긴 겁니다. 유스타키오관이라.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그것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났다. 당시 내게 유스타키오관은 시험에는 자주 나올지 몰라도 졸업하고 나면 죽을 때까지 더는 입에 담을 일이 없을 것 같던, 그러니까 미토콘드리아라든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우랄알타이어족 등 실용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낱말들 중 하나였다. 실제로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그것들을 입에 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니, 생활이 아니라 소설에서조차 써먹어본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