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60·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나중에 문제 없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고검장은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이를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 재판에서 한찬식(54·연수원 21기) 전 동부지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고검장은 2019년 3월23일 오전 7시쯤 한 전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전 검사장은 이 고검장이 당시 통화에서 “‘전날 밤 김 전 차관이 몰래 출국하려다가 검거됐는데, 그 과정에서 동부지검의 사건번호를 부여해서 검거했다. 이를 양해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날 증언했다.
재판부는 한 전 검사장에게 당시 이 고검장의 전화통화 ‘의도’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재판부는 “이 고검장이 뭘 양해해달라고 했다고 이해한 것이냐”고 물었고, 한 전 검사장은 “제가 모르는 상황에서 동부지검의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출국금지가 이뤄졌는데 이를 (제) 양해하에 이뤄진 것으로, 즉 보고가 저한테도 이뤄졌고 그걸 제가 ‘오케이’해서 이뤄진 거로 해달라고 이해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시 “사전에 긴급 출금을 허용해준 것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냐”고 물었고, 한 전 검사장은 “절차적으로 후속결재 처리 등을 포함해 나중에 문제가 없도록 잘 조치할 수 없겠느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는 2019년 3월22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하면서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로 작성된 요청서를 사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검사장은 이 검사가 사용한 요청서에 승인 주체로 ‘동부지검장 한찬식’이라고 기재된 것에 대해서도 “해당 문서를 전혀 본 적 없고,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증언했다. 또 검찰이 “동부지검장 명의로 긴급 출국금지하려면 검사장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증인은 승인 사실도 없고 사후에도 이 검사에게 보고받은 사실이 없는 것이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한 전 검사장은 이 고검장 부탁을 받고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동부지검과 관련 없으니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지검은 문재인정부 초기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런 내용으로 또 (문제가)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한 전 검사장은 증인신문을 마치며 “검찰에서 30년 가까이 간부까지 지낸 사람인데, 검찰 내부 수사 문제로 조사 받고 증언까지 하게 돼 안타깝다”며 “이런 부분이 차후에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