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뮤지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놓은 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시즌으로 우리나라 관객을 만나게 된 뮤지컬 ‘아이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역할을 맡은 배우 최재림은 공연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격과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럴 만한 게, ‘아이다’는 원제작사인 미국 디즈니 방침에 따라 2020년 3월 부산 공연을 끝으로 다섯 번째 시즌 종료와 함께 기존 버전을 다시 볼 수 없게 될 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부산 공연마저 취소돼 누구보다 최재림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 상심이 컸다. 하지만 국내 제작사(신시컴퍼니)가 디즈니 측을 설득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아이다’는 팝의 거장 엘턴 존과 뮤지컬 음악의 전설 팀 라이스가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이집트 침략을 받고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김수하)와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왕좌 등 모든 권력과 부마저 포기하는 라다메스(김우형·최재림), 이집트 파라오의 딸이자 라다메스 약혼녀인 암네리스(아이비·민경아) 간 엇갈린 사랑과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여기에 주·조연과 앙상블 할 것 없이 벼르고 별러 무대에 오른 것처럼 배우들 에너지가 대극장을 구석구석 꽉 채운다. 코로나19 탓에 지난 시즌이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데 대한 아쉬움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김수하와 민경아도 첫 출연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기존 배우들과 합이 척척 맞고 섬세한 연기와 다양한 감정을 따라가는 노래가 일품이다. 특히 출연진 막내인 김수하는 앞서 “아이다가 (함께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인들에 대해 느낀 (그들을 구해 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비슷하게 제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여러 대작에서 놀라운 경력을 쌓아 온 김수하는 이번 무대에서도 아이다 그 자체였다.
‘아이다’의 또 다른 힘은 뮤지컬계 최고 수준의 안무와 드라마틱한 표현력, 시원한 가창력 등을 두루 소화해야 하는 앙상블이다. 지난 2년여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절도와 힘, 호흡을 보여 주는데 2020년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앙상블상을 받은 배우들답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마저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5시즌까지 관람객 92만명을 모은 ‘아이다’의 이번 시즌 성적이 기대된다. 공연은 오는 8월7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