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버린 쓰레기가 지상만 아니라 우주를 더럽히고 있다. 지난해 6월 드넓은 우주 공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로봇팔 캐나담2(Canadarm2)에 5㎜ 정도 구멍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발생 시점이나 경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분명한 점은 지구 궤도를 떠다니는 우주쓰레기나 다른 물체와의 충돌로 생긴 ‘상처’라는 것이다.
로봇팔 기능에 문제가 없고 치명적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던 건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우주를 향해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쏟아내는 우주쓰레기가 지구쓰레기처럼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를 떠도는 물체는 초속 7㎞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 다른 물체와 충돌할 경우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충돌 위험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지구궤도 발사되는 인공위성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인공위성 6542기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 중 3372기는 작동 중이며 나머지 3170기는 작동을 멈췄다.
쓸모가 없어진 인공위성을 인위적으로 없애 다량의 우주쓰레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는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폭파하는 실험을 진행해 한꺼번에 많은 파편이 생겼다. 폭파된 인공위성 파편과 ISS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돼 ISS에 탑승 중이던 대원들이 다른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러 개의 소형통신위성을 결합해 운용하는 위성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의 확대도 걱정거리”라며 “미국이 추적하고 있는 10㎝ 이상의 인공물은 약 2만5000개로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우주쓰레기가 증가하며 인공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자 인공위성 궤도 이용과 관련한 규칙을 만들기로 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충돌 위험이 낮은 궤도에서 인공위성 운용을 촉진하는 한편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한 규칙을 만들기로 하고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고즈카 소이치로(小塚莊一郞) 가쿠슈인(學習院)대 교수는 신문에 “무질서한 궤도 이용은 불이익이 크다는 공통 인식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