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향후 5년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설에는 정치와 경제, 사회는 물론 외교·안보 등 각 분야에 대한 진단과 주문이 담겼다. 지난 10일 취임사가 ‘자유’를 강조하며 다소 추상적인 내용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날 연설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구체적인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의 어려움과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 위기에서부터 사회 지속 발전 가능성이 달린 연금 개혁까지 산적한 과제를 나열하며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은 법치국가의 책무… 민생 회복 강조
◆한·미 공조 기반의 경제·외교 방향 제시
윤 대통령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외교를 바탕으로 한 경제안보 관점에서 두루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화는 그동안 세계화 속에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오던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주에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IPEF는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구상한 협력체로, 안보 동맹에 이어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경제 운용 방침과 외교 방향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선 “올해 들어서만 16번째 무력 도발을 이어갔고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며 “형식적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낮은 자세’ 취하며 초당적 협력 주문
윤 대통령은 정치권의 협력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연설문 전반에 담았다. 그러면서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국가적 난제를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하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며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을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국가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클레멘트 애틀리 전 총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