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투알이 되고 나서 ‘꿈을 이뤘는데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물론 에투알이어서 행복하긴 한데, 그게 제 꿈과 목표는 아니었어요. 저한테는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 행복하게 춤을 추는 게 중요했고 꿈이었습니다. 에투알이 된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타이틀이 꿈과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별을 뜻하는‘에투알(Etoile)’은 프랑스에서 최고의 발레 무용수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은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에투알. 지난해 6월 POB 에투알이 된 박세은이 드디어 서울에 온다.
에투알로 첫발을 뗀 2021∼2022시즌도 하고 싶었던 작품 3개(지난해 12월 프레더릭 애슈턴 안무 ‘랩소디’, 올 4월 ‘라 바야데르’, 7월 ‘지젤’) 주역을 맡아 특별하고 감사하단다. 마냥 캐스팅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이전과 달리 예술감독 등과 출연하고 싶은 작품을 직접 논의할 수도 있다. 그런 특권을 누리는 에투알로서 앞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작품은 뭘까. 그는 “너무 많아 고민스러운데 드라마 발레를 좋아하는 편이라 ‘마농’과 ‘카멜리아 레이디(춘희)’를 하고 싶고, 언젠가 마츠 에크 안무가가 살아계실 때 함께 작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77세인 마츠 에크는 스웨덴 출신 세계적 안무가다.
에투알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을 텐데, 박세은은 요리로 푼다고 한다. “요리를 좋아하고, 특히 빵과 케이크 만드는 게 취미인데 그런 시간에 스트레스를 풉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 아니고 (춤을 잘 추기 위해서라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의 이번 공연은 7월 파리에서 ‘지젤’ 무대에 오르는데, 이어 POB 새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LA에서 갈라 무대를 만든 이후에 열린다. 에투알이 될 줄도 몰랐던 4년 전 프랑스 발레를 고국에 보여주고 싶다던 바람을 이제야 이루는 셈이다.
박세은은 “프랑스 춤은 뭉쳐서 할 때 더 큰 빛을 발해 갈라 공연을 해야 진가를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특히, 저작권이 정말 까다로워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인 더 나이트(In the Night)’를 가져온 게 갈라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엔 같은 POB 에투알이자 이전 공연에서 호흡이 좋았던 폴 마르크, 도로테 질베르, 제르망 루베를 비롯해 발랑틴 콜라상트도 함께 오른다. “동료들이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는 자주 가봤는데, 한국은 처음이라 어떤 곳인지 궁금해합니다. 마침 BTS(방탄소년단)와 넷플릭스 한국 영화 및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 한국 방문을 기대하고 가슴들이 부풀어 있어요.”(웃음)
유럽 예술의 중심인 파리 현지에서 실감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프랑스 발레계 등 현지 분위기를 물었다. “우리 무용단에도 30명 안팎의 우크라이나 무용수가 프랑스에 공연 왔다가 못 돌아가고 있어요. 안 입는 연습복과 슈즈도 나눠주고, 우리 발레단에서 함께 연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전쟁 이후 파리에선 식용유와 밀가루 등도 구하기 쉽지 않아요. 특히 식용유는 슈퍼(마켓) 5곳을 돌아도 구할 수 없을 만큼 금값이 됐는데 코로나 사태에도 이러지 않았습니다.” 파리의 ‘별’은 “21세기에 일어나면 안 되는 전쟁이 벌어져 가슴 아프다.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