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서부 지역 루아르 계곡의 문화유산과 풍경을 즐기고 지난밤, 파리에 도착했다. 르네상스 시대와 계몽주의 시대 사상과 디자인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조금 경험했다고 할까? 다시 마주하는 파리는 어떻게 비쳐질는지 궁금하다. 도심의 파리는 여전히 낯선 관광객을 먼발치에서 조용히 바라본다.
머무르는 호텔 위치는 파리 에펠탑을 마주하고 있다. 매 순간 귀로 들리는 소리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 파리에 있는 것을 실감케 한다. 버터향 짙은 크루아상과 커피로 아침을 간단히 하고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운동화 끈을 다시 동여매고 물을 챙겨 들고 산책 나서듯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벗어난다. 조깅하는 사람들 틈에 껴 강둑을 걷는다.
오랑주리 미술관(Msee de l’Orangerie)에 도착했다. 튀일리 정원에 있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주의 미술관이다. 원래는 튀일리궁 오렌지 온실이었으나 1927년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위해 박물관으로 정비되었다고 한다. 1999년 휴관 후 2006년 재개관했단다. 그해에 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다시 찾은 올해 또다시 놀라운 기획 전시로 기억에 남는 선물을 받는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서 1년을 보내며 그린 4계절의 프랑스 북부 풍경들. 두루마리 벽지처럼 전체 벽면을 휘감은 그림이 놀랍다. 예상치 못한 시대를 겪은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현대적인 도구 아이패드로 표현된 자연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이다. 한 폭, 한 폭을 사진에 담으니 그 또한 아름다운 그림이었고 연속적인 그림들은 시간이 흐름을 나타내어 오롯이 1년의 자연을 담아내었다.
감동 가득 안고 루브르로 향한다. 미술관을 이리저리 헤맸을 뿐인데 발걸음이 무겁다. 점심시간이 한참을 지났다. 루브르 옆 야외 카페에 앉아 음식을 주문한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있어선지 찬 공기가 오히려 상쾌하다. 화이트 와인 한잔과 음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기운을 얻는다.
다음 목적지는 파리 장식예술박물관(Les Arts decoratifs)이다. 장식예술박물관은 루브르궁 로앙관(Rohan Wing)에 있는 사립 박물관으로 장식미술박물관(Msee des Arts Decoratifs), 광고박물관(Musee de la Publicite), 패션과 섬유 박물관(Musee de la Mode et du Textile) 세 곳을 말한다. 장식미술박물관에는 가구, 보석, 중세시대부터 현대까지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보석 브랜드인 ‘카르티에’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한두 점도 아니고 카르티에 보석들을 총망라한다니 파리 귀부인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모습 또한 재미있는 풍경이다. 패션과 섬유 박물관에서는 만프레드 티에리 뮈글러(Manfred Thierry Mugler)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화려한 보석과 개인적인 욕망을 상업적으로 성공한 오트 쿠튀르의 전시를 보며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어슴푸레한 저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