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배 연달아 거부 당했던 尹… 朴·李 차별화로 광주와 애증 풀까 [이슈+]

尹 대통령, 여당 의원들에 ‘광주 총동원령’
대선 후보 시절 ‘전두환 옹호’ 논란에도
보수 대통령 가운데 광주서 최대 득표율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 관심 집중
지난 2월6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참배를 반대하는 5월 어머니들 등 시민들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광주=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18일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는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국민통합과 여야협치 등의 명분과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을 살피는 정치적 셈법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기념식에서는 윤 대통령이 과거 보수 정부와 달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도…광주서 가장 지지받은 보수 후보

 

윤 대통령과 광주는 애증이 깊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5·18 민주묘역 참배를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시민단체 등에 가로막혀 추모탑까지 가지 못하고 ‘원격참배’에 그쳤다. 지난해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며 윤 대통령이 광주 시민들의 공분을 산 탓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윤 후보는 부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며 “호남에서도 그런 얘기 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옹호 논란’이 일었다. 이후 각계에서 비판이 일자 윤 후보는 “송구하다”며 사과했지만, 그다음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사과’ 사진을 올리며 오히려 논란을부채질했다.

 

이후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직접 사과하겠다며 광주를 찾아 5·18묘역 근처에서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나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몰려오면서, 경찰과 취재진 등 5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뒤엉켰다. 오월어머니회와 광주 대학생들은 출동방지 펜스를 친 경찰과 충돌했고, 참배를 위해 지나가야 하는 묘역 앞 계단에 저지선을 만들었다. 결국 윤 후보는 추모탑 앞 50여m 앞에서 묵념과 사과문 낭독을 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올해 2월에도 윤 후보 일행은 추모탑을 35m 정도 앞두고 걸음을 멈춰야 했다.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은 이날 윤 후보 참배 반대 농성을 벌이며 ‘학살자 비호하는 자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결과 광주광역시에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보수 정당 후보로서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대선 개표결과 윤 후보는 광주에서 12만4511표를 얻으며 12.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2007년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8.59%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다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2012년 광주에서 7.76% 득표율을 올렸다.

 

윤 대통령의 광주행이 알려지자 반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전남대에서는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 윤 대통령의 5·18 42주년 기념식 참석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5.18 실천단 회원들이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5·18기념식서 어땠나

 

1997년에 5월18일이 법정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5명의 대통령은 모두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내내 참석했고, 문 전 대통령은 2017년과 2019년, 2020년 세 차례 참석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과 2013년에만 참석했다.

 

윤 정부는 이번 5·18기념식을 통해 과거 보수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16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이번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형식으로 부른다. 보수 정부에서는 사실상 첫 사례다. 보훈처 관계자는 “(문 정부였던) 작년과 동일하게 기념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들어갔다”면서 “식순에 있는 제창은 행사 참석자가 모두 함께 부르는 뜻”이라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는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매년 기념식 전후로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이 곡은 5·18이 법정 기념식이 된 이듬해인 2004년부터 매년 공식 식순에 제창으로 연주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기념식 참석자들도 전원 기립해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09년 공식 식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제외됐고, 2010년에는 그로 인해 5·18 단체들과 유족이 반발하며 30주년 기념식이 둘로 쪼개지기도 했다. 이후 2011년부터 이 정부는 아예 제창을 폐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참석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노래를 부르진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지시하고, 기념식에 참석해 노래를 따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