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尹 위안부 문제 해결해달라"… 여가부 폐지는 "안 된다"

“남은 시간 많지 않아”…위안부 문제 조속 해결 촉구
日정부 범죄사실 인정·공식사죄 등 7가지 원칙 제시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두고 “할머니들 다 죽이는 것”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16일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전부 90세를 넘었다”며 “윤 대통령님이 문제를 해결해 이제 몇 분 남지 않은 할머니들의 소원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선거 전 이곳에 찾아와 ‘대통령이 안 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대통령이나 외교부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로 가자고 한마디만 해주면 해결된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7가지 원칙으로 △일본 정부의 범죄사실 인정 △공식사죄 △법적 배상 △진상 규명 △역사 교과서에 기록 및 올바른 역사 교육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통한 추모 △전범자 처벌 등을 제시했다. 이 할머니는 “윤 대통령이 7가지 원칙을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이라며 “이 중 한 가지도 이뤄지지 않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CAT에 가서 일본의 잘못을 밝히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할머니는 7가지 원칙이 실현된다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나 위안부 문제의 CAT 회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한일합의)와 관련해서 이 할머니는 단칼에 “무효”라며 “받은 10억엔도 돌려줘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 추진을 두고는 “폐지해선 안 된다”며 “그건 할머니들을 다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올해 2월에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찾아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담당한다.

 

이 할머니는 새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 없이 한일 관계의 개선은 없다’는 원칙은 변함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가 말하는 일본의 공식사죄는 일본 총리가 직접 전 세계가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할머니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일본이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한다”며 “우리(위안부)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일본과 관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질문에 답하던 이 할머니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말을 전하면서는 눈물을 보였다. 이 할머니는 “얼마 전 만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나한테 ‘용수야, 빨리 해결하는 걸 보고 죽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서 꼭 좀 전해다오’라고 했다”며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님께서 꼭 이 문제를 해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