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우주호텔과 우주 관광여행 시대

우주정거장에 연결 호텔 건립
ISS 폐쇄 땐 분리 사용 예정
우주개발, 민간중심으로 변화
아직 높은 비용에 ‘그림의 떡’
2021년 7월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 비행선 ‘VSS 유니티’에서 리처드 브랜슨(왼쪽) 버진그룹 회장이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를 직접 체험하며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4월25일 4명의 민간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총 15일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연안에 대형 낙하산 4개를 펼쳐 착수했다. 이들은 4월8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발사돼 ISS에 도착했고 같은 달 9일부터 24일까지 머물다가 지구로 돌아왔다. 이번 우주여행이 특별한 것은 미국의 우주 관광 전문 여행사 액시엄스페이스가 기획했다는 점이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16년 나사(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정거장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마이클 서프레디니가 설립한 민간 우주 관광 개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2020년 1월27일 지구에서 400㎞ 떨어진 지구 궤도에 우주 호텔을 건설할 업체로 선정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주 호텔은 객실동, 연구 및 제작동, 도킹포트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ISS의 2번 노드에 조립된다. 현재 2번 노드에는 미국의 우주정거장 모듈, 그리고 유럽과 일본의 모듈이 연결돼 있다. 2031년 ISS를 폐기할 때 액시엄스페이스의 우주 호텔은 ISS에서 분리, 나사와 함께 차세대 우주정거장 겸 우주 호텔로 활용하게 된다.

 

나사는 매년 3조7000억원 이상을 ISS 운용 비용으로 사용했는데 2031년 이후에는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정거장 건설 및 운용 후보 업체로 블루오리진, 나노렉스, 노스롭그루먼의 3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인공위성 발사, 우주인 훈련, 유인우주선 발사 및 귀환, 우주정거장 건설 및 운영까지 대부분의 우주개발을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액시엄스페이스에서 민간인 4명을 훈련해서 스페이스X사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으로 ISS에 머물며 우주 실험을 수행하고 귀환하는 과정을 독자적으로 관제하게 한 것도 장기적으로 민간이 우주정거장을 운용하게 하려는 준비의 하나인 것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현재 개발 중인 우주여행 관광 상품은 크게 4종류이다. 첫째는 기구를 이용해 30㎞ 높이 성층권에서 지구를 2∼3시간 동안 여행하는 방법, 둘째는 로켓추진 우주선을 이용해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지상 80∼100㎞까지 비행하는 방법, 셋째는 전통적인 우주비행, 즉 지상 수백㎞ 상공에서 초속 7.9㎞의 속도로 지구 궤도를 일주하거나 우주정거장에 머물다 귀환하는 비행, 넷째는 지구에서 출발해 달을 왕복하는 비행이다. 성층권에서 기구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첫 번째 방식은 미국 업체 월드뷰에서 2024년을 목표로 준비 중인데 가격은 6000만원 정도다. 국제선 항공기가 보통 10㎞ 높이에서 비행하니 이보다 3배 정도 더 높이 올라간다. 80∼100㎞ 높이까지 상승하는 우주여행을 관광상품으로 준비하는 회사 중 첫 번째로 미 연방항공국(FAA)의 면허를 받은 곳은 버진갤럭틱이다. 모선 비행기를 이용해 16㎞ 높이까지, 로켓 우주선을 이용해 90㎞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비행인데 1인당 가격은 3억원 정도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세운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2021년 10월 공개한 민간 우주정거장 ‘궤도초(Orbital Reef)’ 상상도의 내부 모습. 블루오리진은 최대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을 2030년까지 건설해 우주 비행사와 관광객에게 숙박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단지로 이용할 계획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블루오리진에서 진행하는 우주비행 방식은 로켓을 이용해 100㎞까지 올라갔다가 우주선만 낙하산을 펴고 내려오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4번 상업비행을 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억∼10억원대 정도가 될 전망이다. 지구 궤도를 비행하는 전통적인 우주비행은 현재 스페이스X사의 크루드래건 우주선과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으로 가능하다. 최근 액시엄스페이스를 통해 우주정거장 왕복 우주여행을 한 4명은 1인당 700억원을 주고 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소유스로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비용은 667억원이었다. 일본인 억만장자 유사쿠 마에자와는 2018년 스페이스X와 스타십으로 달을 여행하는 1호 승객으로 계약했지만 경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우주정거장을 왕복 비행하는 700억원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갈수록 우주 관광 여행은 활성화할 것이지만 비용 때문에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그러나 지금도 우주여행을 맛볼 방법은 있다. 보름 때 밤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며 창가에서 달을 보며 포도주를 한 잔 마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