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하고, 물가상승률은 4.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 속에 출범한 김대중정부가 출범 첫해(1998년) 경제성장률 -5.1%, 물가상승률 7.5%를 찍은 이후 처음으로 ‘2%대 저성장, 4%대 고물가’를 찍게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KDI는 향후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민간소비가 늘어나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KDI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와 내년 각각 3.7%와 3.9%로 예측됐다. 다만, 설비투자는 반도체 급등세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4.0% 감소하고, 건설투자 역시 건설비용 증가로 1.3% 하락할 것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문제는 2%대 후반으로 낮춰 잡은 성장률 전망치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외 악재인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제약될 경우 추가적인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의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당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내려갈 때까지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물가안정 회복은 무조건 필요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범위하게 인식된 중립금리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연준이 추정하는 중립금리(2.5%)보다 높일 가능성도 암시했다.
KDI는 또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지역을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역정책을 지속할 경우,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 중국에서 조달하는 중간재 수급 차질 등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 가을과 겨울에 오미크론 변이와 유사한 정도로 코로나19가 대확산한다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도 불안요소다. KDI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4.2%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전망치(1.7%) 대비 2.5%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월(4.1%)부터 시작된 4%대 물가상승률이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