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하고, 물가상승률은 4.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4.7%까지 치솟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3.0%까지 하락한 이후 14년 만에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마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층 짙어진 셈이다.
KDI는 향후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민간소비가 늘어나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가운데 (추가경정예산과 같은) 재정지원 효과도 반영되면서 올해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반등한 후 내년에도 견실한 회복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와 내년 각각 3.7%와 3.9%로 예측됐다. 다만, 설비투자는 반도체 급등세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4.0% 감소하고, 건설투자 역시 건설비용 증가로 1.3% 하락할 것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문제는 2%대 후반으로 낮춰 잡은 성장률 전망치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외 악재인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제약될 경우 추가적인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의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당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내려갈 때까지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물가안정 회복은 무조건 필요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범위하게 인식된 중립금리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연준이 추정하는 중립금리(2.5%)보다 높일 가능성도 암시했다.
KDI는 올해 수출입 물량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유가 등 교역 조건이 악화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지난해 883억달러에서 크게 축소된 516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그간 확장적으로 운영했던 재정정책 기조를 정상화하고,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통화정책보다는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을 보고 운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