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19일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해 '검찰공화국'이라 평가하며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맹공을 펼쳤다. 한 장관은 전날 단행된 검찰 인사에 대해 '윤석열 인사'가 아닌 '현 정부의 인사'라고 맞받아쳤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한 장관에게 "언론에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야당만의 주장이 아니다. 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생각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협치는 야당과 정치적 반대자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들과 협치를 하고 있다"며 "이게 진정한 협치인가. 이게 국민이 바라는 협치라고 생각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 참모진과 내각에 한 장관을 비롯한 친분이 있는 검사 출신이 다수 배치된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에 한 장관은 "저는 이미 검사가 아니고, 특수부 검사와 협치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저는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검을 비롯한 검찰 인사가 납득하고 수긍할 인사라고 평가하나'라는 김 의원의 말에 한 장관은 "능력과 공정에 대한 소신을 기준으로 인사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가. 윤 대통령의 인사인가"라고 되묻자 한 장관은 "현 정부의 인사"라고 받아쳤다.
전날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급 등 38명에 대한 인사에서는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좌천성으로 밀려났던 윤석열 사단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신할 대검 차장검사는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임명됐다.
김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도리어 정쟁을 일삼고 있다. 대통령은 협치를 이야기하는데 법무부 장관은 이를 방해하고 있는지 자각을 못 하는 것 같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 개입설' 등을 거론했던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비서관을 겨냥해 "5·18을 폭동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공직에 있어서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한 장관 임명에 반대 여론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쁜 놈 잘 잡으면 된다는 검찰에 대해, 왜 '정치검찰이 출세한다'는 시중의 통념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3년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연이어 정부 인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검찰 인사에 대해 "면면을 살펴보니 윤 대통령과 똑같이 개인적 인연에 의한 인사, 특수부 출신 인사, 전 정권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에 인사 위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승원 의원은 법무연수원 정수를 넘기면서까지 '친문' 인사를 좌천시켰다고 주장하며 "장관 마음대로 T.O.(인원)을 늘릴 수 있는가. 이렇게 자기 뜻에 안 맞는 검사들을 한직으로 몰아넣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T.O.를 조정했다"며 "저도 법무연수원에서 근무했다. 충실히 근무했던 기억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은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를 언급하며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통합을 실천하고 내 사람을 쓰고 싶은 과욕을 다스려야 한다. 검찰 출신 측근 인사를 챙기려다 결국 실패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한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사회적 강자도 엄정히 수사하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를 거론하며 간첩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의원은 "검찰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증거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라며 당시 증거 조작 여부를 알아내지 못한 이 비서관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반대가 있다고 해도 윤 정부가 강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을 경계하지 않고 끊임없이 폭주하는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인사는 제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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