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창조성을 모차르트, 피카소,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지성들에게 주어지는 남다른 능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창조성은 몇몇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존재하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독일 과학저술가 슈테판 클라인은 인간의 창조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탐구한다.
인류의 지구 지배는 현생인류에 이르러 가능해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고서야 창조적 사고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과 지식, 뇌와 뇌가 연결되는 거대한 집단 구조인 뇌를 통해 창조적 사고가 이뤄졌고, 이는 결국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인류 발전을 이끌어온 원대한 힘이 됐다고 말한다.
창조적 사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 이 또한 집단적 창조성이 빚어낸 발명품이었다. 도시마다 인쇄소가 생기면서 정보가 정확히 복제되며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물리적 장소나 거리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가운데 창조적 사고는 지구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뇌가 연결되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저자는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도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비결을 ‘탐구적 창조성’이라고 한다. 오늘날 인간이 발휘하는 창조성 대부분이 이런 탐구적 창조성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탐구적 창조성도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컴퓨터 역시 인간보다 더 넓은 가능성의 범위를 탐색할 수 있었지만, 이는 인간에게 넘겨받은 판단을 근거로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반면에 지금의 인공지능은 규칙을 입력하면 스스로 게임 전략을 개발하며 선판단을 내린다.
이처럼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상에서 인간 지성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저자는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 발전의 실체인 창조적 사고와 집단적 뇌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