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건국대 사학과에서 진행하는 정기 학술답사를 다녀왔다. 전국을 8개 권역(전북·전남·경북·경남·충북·충남·경기·강원)으로 나눠 매 학기 진행하여 4년 동안 전국을 모두 답사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19년 2학기를 마지막으로 학과 답사도 중단되었는데, 이번에 2년 반 만에 답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답사 지역은 전북이다. 근대 역사의 현장을 보존한 군산, 백제 중흥의 도시 익산, 동학농민군의 함성이 남아 있는 정읍, 고인돌과 고창읍성으로 대표되는 고창, 호남평야의 중심이자 금산사 미륵전이 있는 김제, 경기전·사고 등 조선왕조의 뿌리를 간직한 도시 전주였다.
이 중 정읍 무성서원은 필자도 처음 찾은 곳이었다. 2019년 한국의 서원 아홉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무성서원(武城書院)도 포함되었다. 무성서원의 기원은 신라 하대의 학자이자 정치가 최치원을 배향한 태산사(泰山祠)에서 비롯되었다. 태산은 정읍의 옛 지명으로 최치원이 890년 이곳에 군수로 부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정문의 누각 현가루(絃歌樓)의 이름이 흥미로운데, 공자가 무성에 가서 음악 소리를 들었다는 논어의 구절에서 취한 것이다. 무성서원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 1615년 태산서원이 되었고, 숙종 때인 1696년 편액을 하사받은 사액(賜額) 서원이 되면서, 무성서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