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의취업’ 의혹에… 공직자윤리위 심판대 서는 고용부 장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퇴임 후
윤리위 취업심사 없이 자문료 받아
인사청문회 때 ‘삼성 장학생’ 논란
일각 처벌 흐지부지 가능성 제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삼성 장학생’ 논란이 일었던 이정식(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의뢰로 삼성 계열사 임의취업 의혹에 대해 고용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고용부 장관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공정 채용을 관장하는 고용부 장관이 취업 의혹으로 조사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2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부 감사관실은 최근 이 장관의 삼성 계열사 임의취업 여부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취업’이란 퇴직한 공직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하는 경우를 말한다. 적발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달 초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직전에 조사 요청이 들어왔다”며 “현직 장관에게 과거의 임의취업을 따져 본 전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의 질의에 따르면, 당국은 오는 6월 이 장관의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후속 조치가 결정된다.

 

이 장관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다가 2020년 퇴임한 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삼성그룹 계열사 여러 곳에서 자문료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장관은 삼성전자와 삼성글로벌리서치 등 8곳에서 지난해까지 2년 동안 1억1000여만원에 이르는 자문료를 받았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보험 3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매월 160만∼200만원을 받아 사실상 취업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장관은 삼성전자 자문위원으로만 취업심사를 받아 인사청문회에서 고의적으로 심사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 장관은 “송구하다”면서도 “(임의취업 여부는) 법률자문을 받아 보겠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현직 장관의 공직자윤리법 위반사항을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현직 장관이 자신이 지휘하는 기관에서 1차 조사를 받기 때문에 ‘눈치 보기’나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속기관 검토를 거친 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례도 드물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과거 잘못이 규명되더라도 일단 임명되기만 하면 진상조사나 처벌이 흐지부지되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장관은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면책 특권’이 없다.

 

숱한 의혹 꼬리표를 남기고 청문회 문턱을 넘은 다른 공직자들에게서도 규명할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연간 수억원을 받고 근무한 이력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본인과 가족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송 의원은 “이번 개각에서 많은 후보자가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청문회 문턱을 넘은 사례가 빈발했다”며 “비록 현직 장관일지라도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