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 양도합니다. 가격 제시해 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대학 축제가 3년 만에 재개된 가운데 대학가 곳곳에서 학생증을 돈 받고 양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은 인기 가수 공연에 외부인 입장을 제한하는 학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입장 제한을 두고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등록금과 학생회비를 부담하는 재학생이 먼저 누리는 게 당연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과거에도 일부 대학 축제에서 암표 거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증까지 사고팔 정도로 공연 수요가 과열되고 있는 것은 일부 학교 총학생회가 도입하고 있는 재학생 우대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공연을 보기 좋은 자리에 재학생 관람석을 따로 지정하는 방식을 택하는 학교가 점차 늘고 있다. A급 가수들의 출연료는 20분 공연에 5000만원 선까지 치솟았기 때문에 재학생 우대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생증 거래 자체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학적사항을 조회하겠다고 뒤늦게 공지하기도 했다.
재학생 우대를 강조하다 캠퍼스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앞서 이달 17∼19일 축제를 열었던 부산대 총학생회는 공연 관람 대상에서 대학원생을 제외해 구설에 올랐다. 일부 대학원생들이 반발하자 결국 총학생회는 철회했다. 서울시립대는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재학생이라도 공연을 관람할 수 없도록 방침을 정했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꾸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축제가 열리면 인근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막겠다고 지나치게 재학생 중심으로 축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지역사회 내에서 대학이 맡고 있는 지위와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기 연예인을 초청하는 상업주의적인 축제 문화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대학가의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