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베란다 청소를 했다. 잡동사니가 생길 때마다 무심히 베란다로 내놓았더니 언제부턴가 베란다가 꽉 차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뭘 얼마나 잘 살아 보겠다고 그리 사다 쟁여 놓았을까. 치우다 보니 저장강박증을 의심케 할 만큼 별 쓸모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어떤 것은 사 놓고는 까맣게 잊은 채 다시 구입한 것도 있었고, 당장 쓸데가 없는데도 큰 폭의 할인율에 혹해 사 놓은 것도 있었으며, 또 어떤 물건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그걸 보자니 스스로가 한심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좋아하고, 또 꿈꾼다. 삶이 단출할수록 모든 것이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던가. 당장에 몸담고 살아가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질척거리거나 집착하지 않고 순리대로 따라가는 것. 그리고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내가 지향하는 미니멀라이프였고 여전히 희망사항이다. 한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잔정이 많아 이별에 취약하고, 무언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껴 물건이나 사람으로 대신하려는 잘못된 습성이 몸에 뱄다. 그러니 베란다가 창고로 변할 수밖에. 어디 베란다뿐일까. 기실 내 마음 한편에는 그런 창고 같은 공간이 들어 있다. 그곳은 온갖 자질구레한 기억들로 가득 차서는 나를 무겁게 만들고 내 눈을 어지럽힌다. 미니멀라이프로 살기 위해서는 잘 버려야 한다는데, 나는 버리거나 비우지 못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나와 같이했던 물건들을 버릴 때면 왠지 나를 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