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돈 보따리를 화끈하게 풀고 있다. 삼성·현대차·롯데·한화·두산 등 5개 그룹은 향후 3∼5년간 59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본 예산(607조7000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SK·LG 등 나머지 주요 기업도 조만간 투자 대열에 합류해 전체 투자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동시다발적 투자는 드문 일인데 윤석열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국내 미래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450조원을 쏟아붓는데 이 중 80%가 국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투입된다. 일자리 8만개가 새로 생긴다. 현대차그룹도 국내 전동화·로보틱스·자율주행 등에 63조원을 투자한다.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를, 한화는 방위산업·미래 에너지를, 두산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신규 투자 분야로 꼽았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기업들이 앞다퉈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해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되고 양질의 일자리도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대내외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악재 탓에 고물가·저성장 위험이 커지는 마당에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는 ‘가뭄 속 단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