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힘입어 미술시장 급성장… 수익률·세제 혜택에 인기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지난해 9223억여원으로 추정된다. 2019년 3812억, 2020년 3291억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가 늘고, MZ세대가 미술시장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전시장이나 미술제에서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아트테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수익률이다. 씨티은행의 2021년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 투자자산 중 현대미술품의 수익률은 11.5%로 사모펀드 다음으로 높았다. 평균 미술품 투자 수익률 역시 8.3%에 달했다. 안주원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술시장이 대중화하면서 미술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입힌 대체불가토큰(NFT)이 부각되면서 미술품이 NFT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어 주식, 채권 등과 함께 향후 주요 투자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예술품 거래는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은 양도소득세,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하고, 주식 역시 배당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이 있지만 미술작품은 양도할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양도가액(매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면 아예 세금이 붙지 않는다. 또 예술품 거래로 인한 소득은 ‘계속적·반복적 거래의 경우’에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22%다.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이어도 80% 필요경비를 인정받아 공제받고, 양도가액이 1억원 이하이거나 미술품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필요경비율이 90%가 된다. 살아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해외작가는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비과세 예외다. 제작연도가 100년을 넘지 않는 골동품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아트테크’ 뜨는데… 국내 예술품보험 상품은 부족
이처럼 예술품 거래가 많아질수록 관련 보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예술품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주요 위험은 화재, 파손, 분실·도난 등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아트테크 활성화에 따른 예술품보험의 필요성 증대’ 보고서를 통해 아트테크 열풍에 따라 관련 보험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준모 연구위원은 “예술품 거래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보험이 필요한 목적물은 증가할 것”이라며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소유권 변경 역시 신규 보험계약자 증가와 비례 관계에 있어 보험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아직 국내 보험시장에서 개인 고객을 위한 예술품보험은 활성화하지 않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관련 보험상품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박물관종합보험과 KB손해보험의 전시종합보험 정도로 한정돼 있다. 대부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전문 보관시설이 갖춰진 곳이나 전시회, 행사 관련 보험이다.
개인을 위한 국내 예술품보험 상품이 마련되지 않는 이유로는 △예술품 가치산정의 어려움 △사고 시 피해액을 산정할 전문가나 기술 부족 △작은 시장규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국내 미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 보험시장으로 보면 여전히 미미한 부분”이라면서 “실제로 기관이나 갤러리 등이 아닌 개인이 예술품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는 수요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각투자를 활용한 아트테크의 경우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예술품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도 개인 예술품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대표적인 미술투자 플랫폼 테사(TESSA)와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소투(SOTWO)는 미술품 훼손과 도난에 의한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작품에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미술품 가격의 1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회사는 조각투자 대상이 되는 미술품에 일정 지분을 투자해 수익과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일반 투자자와 공동으로 부담한다.
◆개인 위한 예술품보험 활성화한 해외…“국내 시장 넓혀야”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주요 보험사들이 개인용 예술품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영국의 보험사 색슨(Saxon)의 미술품보험은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과 제휴를 통해 예술품 가치를 산정한다. 고가의 미술품에 대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보험 가입 전 △미술품을 구매한 이유와 해당 작품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객이 작품 보호·보관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묻고, 보험사기나 악용 방지를 위해 고객 직업이나 보험 가입·청구 경력 등을 확인한다.
글로벌 보험사 처브(Chubb)그룹은 싱가포르에서 ‘마스터피스보험’을 판매한다. 해당 보험은 미술품뿐 아니라 골동품, 보석, 시계, 희귀 도서, 와인, 위스키 등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고객과의 신의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보장을 제공하고, 보상금 청구 즉시 지급하는 ‘3단계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해당 분야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감수해야 운영 가능한 방식이다. 미국 보험중개업체 마시(Marsh)는 기존 보험에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예술품보험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개별 작품이나 귀중품에 대한 포괄담보를 통해 총금액으로 보상받는 방식이다. 또 자체적으로 개인 리스크 관리자를 두고 적절한 가입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이러한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관련 상품을 검토하고 예술품보험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예술품보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치산정의 어려움에서 파생된 문제점들과 신규고객의 보험 필요성 인지 여부와 접근성 제약”이라면서 “특히 예술품 관련 시장은 전통적인 보험사의 푸시 마케팅 자체가 적용되기 어려워 소비자들의 실질적 가입까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대안이 단체보험을 활용한 모델이다. 예컨대 다수의 고객이 미술 평가 관련 협회 등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개인 가입 대비 합리적인 금액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협회는 회원 수를 늘리고 공신력을 강화할 수 있다. 보험사 역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