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90% 날려, 자살 생각도”… WSJ가 전한 테라·루나 폭락 피해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야후 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한 외과의사는 (가상화폐 테라 투자로) 가족의 저축액을 모두 날렸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젊은이는 금융자산의 90%를 잃은 후 자살을 생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이 불러온 고통을 이렇게 전했다. WSJ는 27일(현지시간) ‘UST 폭락으로 자산이 사라지고 꿈들이 부서졌다”며 UST의 몰락으로 투자자들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본 사연을 보도했다. 

 

UST는 코인 1개당 가치를 1달러에 연동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루나를 이용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달 초 ‘죽음의 소용돌이’가 나타나며 두 가상화폐 모두 100% 가까이 폭락해 휴짓조각이 됐고, 세계적으로 수십조원이 증발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에서 외과 의사로 일하는 키스 볼드윈(44)은 지난 10년간 저축한 17만7000달러(약 2억2000만원)로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을 구입해 연 9% 수익이 나오는 가상계좌에 넣어뒀다. USCD는 1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지난달 그는 이를 테라USD와 연계된 15% 수익률의 가상계좌로 옮겼다. 

 

이 계좌를 운용하는 스타트업 스테이블게인은 고객이 맡긴 USDC를 테라USD로 바꿨다. 볼드윈은 이 사실을 몰랐다. 이달초 테라USD의 달러 연동이 무너지면서 그는 맡긴 돈의 90% 이상을 날렸다. 그는 이 돈으로 집을 살 꿈을 꿨었다. 이제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씀씀이를 줄여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볼드윈은 “내 실수로 아이들이 벌 받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테라USD에 투자한 호주인 벤 톰슨은 밤새 잠을 설치며 ‘65센트까지만 회복되면 바로 팔겠다’고 결심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그는 10센트까지 하락한 것을 보고 절망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한 30대 남성은 러시아가 침공한 조국의 은행보다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테라USD에 투자했다. 저축의 90%를 날린 이 우크라이나 청년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자살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프랑스인 투자자 토마 블랑은 테라USD 투자 수익으로 전자음악 축제를 열고 부모가 일찍 은퇴할 수 있게 돕고 싶었지만, 40만 달러(약 5억원)에 가까운 돈을 잃었다.

 

WSJ는 이들 네 명 모두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개설된 4000여 명의 피해자 모임 소속이라며 이들이 피해 배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루나와 테라USD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