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인 경찰 직업을 선택한 MZ세대 신임 경찰들을 대상으로 입직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경찰관으로서의 ‘사회 공헌 및 자아성취’에 이어 ‘직업 안정성’이 주요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명감을 갖고 경찰이 된 뒤에도 근무하며 자부심이 점차 낮아진다는 일선 경찰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사명감을 높이는 동시에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한국경찰학회가 최근 발표한 ‘MZ세대 신임순경의 입직동기와 기대사회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 경찰 교육과정에 참여 중이던 교육생 1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5점 만점, 3점이 보통), 경찰 직업을 선택한 이유로 △사회 공헌 및 자아성취(3.9점) △직업적 안정성(3.4점) △경찰 직무 동경(2.8점) △주변인 영향(2.0점) 순으로 높았다.
연구진은 신임 경찰들이 ‘사회 공헌 및 자아성취’ 동기가 높고 ‘주변인의 영향’이 가장 낮은 것을 고려하면 입직에는 스스로의 신념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주변인의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고 자아성취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그대로 신임 경찰을 택한 이들에게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사회에 공헌하는 경찰이 되겠다는 신임 경찰도 많지만, 단순히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려는 지원자도 적지 않다. 입직 이유로 ‘경찰 직무 동경’은 평균 이하의 수치를 보인 반면, ‘직업적 안정성’이 평균 이상인 것은 처우·안정성 등 현실적인 요인들이 경찰 직무 선택에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실제 경찰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명감 없이 할 수 있나요”와 같은 고민 글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경찰으로서의 사명감을 키우기 위한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직업 안정성을 상위로 꼽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문제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높은데, 그동안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부실대응 등 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사명감을 갖고 직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간부들이 조직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경찰의 직무는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강력히 요구되는데, 반복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의 사명감을 높이면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들이 공무 수행 중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고, 형사 책임 감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경찰 조직 차원에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일선 경찰관이 소송을 방어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소신껏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해야 사명감이 높아진다”고 당부했다.
한편, 신임 경찰의 경찰 직업에 대한 가치관인 ‘기대사회화’ 부문에서는 공정한 경찰(4.2점)이 가장 높았다. ‘공정성’을 주요 담론으로 삼는 MZ세대의 경향성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뒤를 이어 헌신하는 경찰(3.9점), 친절한 경찰(3.0점) 순이었다. 이와 관련, 곽 교수는 “수년간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경찰이 법의 집행자로서 공정과 정의를 현장에서 올바르게 실천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을 것”이라면서 “정치적 결정이나 외부 입김에 흔들려서 업무가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회의감이 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