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에 이어 '내 차 마련'을 포기하는 2030이 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자료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내 2030세대의 보유 차량 대수는 지난해 4월 46만1511대에서 올해 4월 44만5498대로 1만6013대(3.5%) 감소했다.
당장 최근의 폭발적인 기름값 상승이 젊은 층 자차 구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 구매시 높은 유지비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2030 세대가 차량 구매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34.4% 급등했다. 휘발유가 28.5%, 경유가 42.4%, 등유가 55.4% 올랐다.
경제적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중교통과 공유 차량 문화의 확산도 젊은층의 차 구매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B(25)씨는 자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 시 부모님 소유의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 B씨는 "취업과 동시에 차를 사고 싶었지만 출퇴근길 교통체증과 부족한 주차 공간을 경험하고 포기했다"면서 "광역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 출퇴근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내 집 마련도 힘든 마당에 차 보다 집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커서 당분간 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차량 공유 문화의 확산으로 자동차를 대여하는 개념에 익숙한 청년층에서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선호되는 분위기다. 차량공유 업체로부터 원하는 요일, 시간에 차량을 빌린 뒤 반납하는 문화가 만연해지면서 자차 소유가 필수라는 인식도 줄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C(30)씨는 가까운 거리의 경우 스쿠터를 이용하고 필요 시 차량을 대여한다. 그는 "취업을 하고 중고차를 사려고 알아봤었지만, 중고차 가격조차 올라서 포기하게 됐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필요할 때 쏘카를 빌리면 다닐만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내 차 마련'을 더는 고집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구매력이 저하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에 대한 부분들은 운영 경비 및 구입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입원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일반적으로 수입원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차종을 구매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여지는데, 2030의 연봉이 아무리 높더라도 구매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 20~39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약 280만원이다. 수입원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1680만원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차종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동안 수입차 문턱이 낮아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할부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그 돈이 어디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카푸어가 등장했다"며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전체적인 수입원을 봤을 때 젊은 층에서 차를 살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름값이 폭등한 데 대해서도 "구매력이 낮은 젊은 층에게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름값 상승은 지속성이 큰 데다 차에 대한 유지·관리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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