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총장을 지낸 원로 정치·행정학자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31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명문 경기고,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1974년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지대 행정학과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가 1975년 외대 교수로 옮겨 2006년 정년퇴임 때까지 강단에 섰다. 외대 구성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던 고인은 1994∼1998년과 2002∼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8년간 외대 총장을 역임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MB)정부는 기존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하나로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고 그해 8월 고인을 장관에 임명했다. 이미 MB정부 초기에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고인의 요직 중용은 예고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인은 MB의 대통령 당선 전부터 정책자문을 맡았고 초대 국무총리 후보 물망에도 올랐을 만큼 MB와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장관으로 있는 동안 사교육에 밀려 점점 비중이 작아지는 공교육울 살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폈다. 대입 수능시험에 EBS 강의 내용을 70%까지 대폭 반영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MB정부의 보수적 교육철학에 반기를 든 전교조 측과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장관을 그만둔 뒤에도 2011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2018년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장 등으로 한동안 교육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군 학사장교(50기)로 군복무를 마친 고인은 공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장관으로 입각하기 전인 2007년 3월 공군학사장교회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한 고인은 장관이 된 뒤 ‘어쩔 수 없이 회장직을 내놓을 것’이란 공군 안팎의 예상과 달리 계속 회장 역할을 수행했다. 결국 장관 임기 내내 학사장교회장을 겸임했고 2011년 3월에야 후임 회장(김호연 전 국회의원)한테 장교회 운영을 인계했다.
헝가리 공훈 십자훈장(2005)과 청조근정훈장(2006)을 받았다. ‘한국정부론’(1990), ‘한국의 선거와 한국인의 정치행태’(2005) 등 저서가 있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희씨, 자녀 안정훈(김앤장 변호사)·정아씨(명지대 교수), 며느리 김소연씨(김앤장 변호사), 사위 진영삼씨(LF 본부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3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02)2072-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