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는 변방이었다. 공간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늘 ‘변방’이란 틀에 갇혀있었다.
그러나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라 했던가. 그 누군가의 말처럼, 대덕구는 변화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공정·생태관광이 대덕에서 싹 틔우고 문화·예술은 꽃피우기 시작했다.
‘소란 소란 쉼 축제’는 쉼과 힐링을 주제로 한 예술치유 페스티벌이다.
올해 처음 열린 쉼 축제는 지난달 28일, 대청호 정수장을 리모델링한 재단 사무실 앞마당 등지에서 진행됐다. 이번 축제는 ‘예술, 쉼이 되다’를 주제로 코로나19와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구민들에게 쉼과 힐링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단은 축제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해 쉼과 힐링의 특화 콘텐츠로 키움으로써 대덕구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축제가 열리는 금강로하스타워2 일대를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 등의 사업과 연계해 힐링과 치유의 명소로 가꿔나갈 예정이다.
구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관광 프로그램인 ‘천년도시 대덕’ ‘혁신탐험대’도 진행해 대덕구를 공정생태관광의 메카로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이다.
◆‘마을 예술’ 뿌리내리다… 생활밀착형 문화향유 여건 마련
재단은 구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민 주도의 생활문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 대덕마을예술창작소와 대덕마을예술주간을 시범 운영하며 ‘마을예술’을 뿌리 내린다.
대덕마을예술창작소는 덕암동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생활예술공간으로 조성해 덕암동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공동체성을 높일 수 있도록 문화예술 교육 및 공동체 프로그램을 매년 상·하반기에 펼친다. 재단은 이를 위해 덕암동 주민자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대덕마을예술주간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하고 추진하며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기간이다.
예술주간에는 대덕구의 각 동별로 진행되는 마을 축제를 연계하고 브랜화하기 위해 마을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을 주제로 구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재단이 운영하는 작은미술관(금강로하스타워2) 이름을 최근 대덕구 지역의 명칭인 ‘신탄진’으로 바꿨다. 신탄진의 문화적 가치를 깨우면서 구민의 문화적 삶을 실현하는 지역미술관으로 도약시킨다는 의지다. 지역명을 미술관 명칭으로 만들어 구민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한 복안으로 구민의 문화 향유를 책임지는 전문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재단은 작은미술관 ‘신탄진’에서 6월30일까지 ‘자연, 예술이 되다’의 기획전시를 운영하고 7월에는 지역 신진예술가 전시 ‘이머징 아티스트(Emerging Artist)’를, 9월에는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 특별전’를 진행한다.
이밖에도 대덕구에 소재한 기업과 청년예술가의 결연사업을 추진해 기업은 청년예술가의 창작활동을 후원하고, 청년예술가는 기업을 위한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해 기업과 청년예술가가 상생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구축한다.
◆콘텐츠·인력 혁신… 구민참여형 거버넌스 구축
재단은 촘촘한 지역문화 거버넌스를 통해 생활 속 문화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대덕원탁회의를 올해도 정기적으로 마련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가 및 그루경영제 등 문화관광 관계자들이 문화관광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데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연다.
대덕문화원과 대덕구공동체지원센터 등 지역 내 문화관광 유관기관과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공동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대덕상생워크숍도 운영한다. 더불어 재단의 경영전략과 사업전략, 중장기 계획 등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 문화관광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상·하반기에 자문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올해 재단은 정부의 ‘실패박람회’를 유치했다. 콘텐츠와 인력 등 관광산업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 박람회는 주체들의 실패 사례를 자산화함으로써 새로운 성공의 씨앗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책화와 제도화에 나서는 것이다. 재단은 ‘실패박람회’가 갖는 의미에 주목했다. 대덕구 앞에 따라붙는 ‘변방’ ‘불모지’ 등의 오명에 패배주의 등에 젖어있는 구민들의 자존감을 되찾고,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박람회는 오는 12월까지 대덕에서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는 민간 주체들의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대덕구 공정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주제를 선정하여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게 된다. 재단은 실패박람회를 통해 실패 경험의 자산화와 재도전의 인식을 확산하고, 구민들이 직접 제안한 정책들이 실행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은 대덕문화관광재단 상임이사 “주민·문화예술인·협력체 연결하는 모세혈관 역할”
“우리는 모세혈관이에요. 주민과 문화예술인, 협력체에 피를 공급해 생생히 살아 숨 쉬게 하는 커넥터죠.”
이상은(50·사진) 대덕문화관광재단 상임이사는 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의 역할을 이같이 비유하며 “모든 혈관을 연결해주는 모세혈관이 돼야 하고, 소통과 공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재단 출범 이후 이 이사는 주민들과 문화예술에 대한 소통에 주력했다. 대덕구 12개 주민자치회를 만나 문화·예술, 관광에 대한 구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계속 듣기만 했다. 문화예술인들과의 원탁회의를 매월 1∼2회 가졌고, 문화예술포럼도 진행했다.
마을 속으로 들어간 지난 6개월 동안 이 이사는 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연결자’로 정리했다.
이 이사는 “기초재단이기 때문에 광역재단에 비해 예산 등에서 아직 지원력이 많지 않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때, 지역에 있는 자원을 서로 연결시키는 협업 지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 닫은 대청호 정수장을 리모델링한 재단 사무실 지하공간에 작은미술관 ‘신탄진’을 조성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쉼 축제’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지역 내 유휴공간은 문화예술 창작소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마을 축제를 기획했다. 대청호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재단 앞마당은 과감하게 시민과 예술인들에게 개방했다.
올해 재단 출범 2년 차를 맞아 이 이사는 ‘대덕 문화예술 원년의 해’를 선포했다. 문화브랜드사업, 마을예술사업, 시민협치사업, 관광거버넌스사업 등 8대 정책사업을 마련했다.
이 이사는 대덕구를 ‘전국의 문화예술 관광 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덕구에서 격이 다른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지금 첫 걸음마를 뗐지만 앞으로 몇 년 후 대덕의 문화예술 수준은 대전의 기준점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