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나고 자라 평생 바다에서만 사는 새가 있다. 갈매기만 한 크기에 긴 날개를 가진 ‘슴새’라는 생소한 이름의 새다. 섬사람들은 섬에 사는 새라고 ‘섬새’, 혹은 울음소리가 깍~, 깍~ 거려 ‘깍새’ 또는 ‘꽉새’로도 부른다.
슴새는 우리나라 먼바다 무인도에 주로 번식한다. 3월쯤 남쪽 바다에서 우리나라 섬으로 들어와 10월까지 새끼를 길러내고 다시 따뜻한 남쪽 바다로 먼 비행을 떠나는 일생을 산다. 섬에 들어온 슴새는 땅에 굴을 파 둥지를 만들고, 단 한 개의 알을 낳아 지극정성 보살핀다. 암수가 4일씩 교대로 알을 품는데, 수컷이 품을 때면 암컷은 바다로 나가 충분히 먹이를 먹고 교대를 하러 돌아온다. 알을 품는 동안 부모는 비좁은 굴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오롯이 알이 부화할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자신의 체온을 전달한다.
바다로 나갔던 배우자가 기상이 나빠 약속한 4일보다 더 늦어지면 둥지에 있는 배우자는 그 시간만큼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며 알을 지킨다. 필자가 연구하던 중 관찰한 암컷 슴새가 생각난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는지 5일이, 6일이 지나도 수컷은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는데, 암컷 슴새는 그렇게 9일간 야윈 모습으로 죽을힘을 다해 알을 지키다 결국 둥지를 포기하고 떠나버렸고, 남겨진 알은 부화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