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새로운 길 모색에 나섰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안고 총사퇴했다. 각 지역에서 나온 결과에 충격을 받은 의원들은 말을 잃었으나 예고된 당내 계파 갈등 탓에 당은 폭풍전야 상태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재명 책임론’ 등이 불거지는 등 포스트 지방선거 체제를 놓고 음지에서는 숨 가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오후 2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소집해 당의 향후 진로를 논의하기로 했다.
윤호중·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지지해 주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은 대선·지방선거를 평가하고 당을 이끌어 갈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원회를 거쳐 구성하기로 했다. 새 지도부 선출 전까지는 박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는다.
재선의 친문 의원은 통화에서 “당대표를 빨리 다시 뽑자는 주장이 있는데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전당대회를 하면 안 된다. 대신 ‘혁신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강행하면 지지하는 권리당원 숫자가 많아 당선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아예 전당대회를 한참 뒤로 미루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특히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며 “민주당이 그동안 미루고 뭉개며 쌓아 둔 숙제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만큼 무거워졌다”고 엄중히 꾸짖는 등 현안 관련 언급이 조금씩 늘고 있다.
반면 이 의원 측근 인사들은 이날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쨌든 인천 계양에서 당선이 됐고, 경기도지사 선거도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 만큼 당대표에 나설 명분이 아예 없지는 않다”며 “당원과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에 맞설 수 있도록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이 아닌 이상 흔들리는 당의 중심을 잡으려면 이 의원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선 참패 후 당내 계파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가운데 중립 지대에 있는 의원들은 “계파주의를 집어던지자”고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패거리 동맹에 무조건 비호하고 거기에 끼지 못하면 무작정 적대하는 습성과 행태를 내버리자”고 강조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도 사퇴하면서 “소수 강성 당원들의 언어폭력에 굴복하는 정당이 아니라 말 없는 국민 다수의 소리에 응답하는 대중정당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며 “그 사람들 발언이 민주당 내부에서 과대 대표된다. 중도층 민심만 잘 따라가면 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