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모내기가 한창인 경북 군위군의 한 논. 모내기에 필수인 농부와 이앙기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드론 한 대가 논을 바삐 오간다. 드론이 뿌리는 건 볍씨. 600평에 이르는 논에 드론이 종자 파종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분. ‘농부 드론’이다. 경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같은 면적을 사람이 직접 하면 1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드론이 하면 몇 십배는 빨라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제주도 상공에 드론이 떴다. 마스크 판매처가 없는 가파도와 비양도, 마라도 등 제주 부속 섬 주민들을 위해 제주도는 수소드론으로 공적 마스크를 배송했다.
농업 인구 비율이 높은 경북도는 드론을 농업현장에 접목했다. 청도군은 올해 처음으로 ‘농작물병해충 드론공동방제사업’을 했다. 군위군 역시 드론을 활용한 벼 병해충 공동방제에 나섰다.
범죄자 검거에서도 드론의 활약은 빛난다. 최근 경기도 오산에선 드론을 이용해 비닐하우스 불법 도박 검거 작전을 펼쳤다. 경찰은 현장 급습 전에 드론을 활용해 지형지물을 파악해 검거에 성공했다. 충남 서천에선 수확철 농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관내 경작지 등 주요 지점에서 스피커를 장착한 드론이 순찰을 돈다.
치안 사각지대에선 마을 지킴이가 된다. 전남도는 경찰관이 활동하기 어려운 섬 지역 치안을 위해 경찰 드론이 움직인다. 이동식 관제 차량에 치안 드론을 실어 섬 인근 육지까지 이동한 후 섬 지역 마을 상공에 드론을 띄워 영상 순찰을 한다. 드론 순찰 중 비상 상황 발생 시 관제차량의 음성·경고 사이렌 등을 전달할 수 있는 장거리 고출력 음향 전송 시스템도 개발한다.
배달도 거뜬하다. 지난해 드론실종도시로 지정된 세종시에선 세종호수공원에서 피자를 주문하면 드론이 배달한다. 섬이 많은 전남도는 ‘전남형 드론배달 서비스’를 개발해 도서지역 주민들의 물품배송 불편 해소에 나선다. 완도군에는 드론 배달점 30곳을 추가 설치하는 등 드론 배달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다.
◆노동력·시간·예산 절감효과… 전담 조직 출범 속속
노동력과 예산 절감 효과는 지자체가 드론을 적극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다.
고질적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기초단체의 경우 농부 드론을 띄워 노동력을 확보한다. 특히 최근 기초단체에서 속속 시연하고 있는 드론직파의 경우 노동력 절감에 실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드론 담수직파는 기계 이앙 대비 노동 절감률과 모내기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의 시험분석 결과 10ha(300평)당 드론직파 비용은 2020년 기준 2만2000원 수준으로 기계 이앙 또는 위탁영농대비 15~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자체의 대표적 연속 업무인 지적재조사의 경우 드론을 활용하면서 최대 수십억원까지 예산을 줄이고 있다.
경기도는 드론 촬영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부서를 활용해 도정 업무에 필요한 드론 영상을 자체 촬영·제작해 3년간 예산 약 4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정부시도 토지관리에 드론을 쓰면서, 2년마다 항공 촬영영상 구입으로 지출했던 비용을 비롯해 다른 부서와 협업으로 매년 수억원의 예산비용을 줄이고 있다.
대전 유성구도 지난해 드론 항공측량을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로 약 2000만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얻었다. 주요 관광지 홍보 영상물 촬영, 산불 감시 등에 드론을 투입한 경남 하동군도 연간 1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드론 수요 증가에 각 지자체는 직원 대상으로 드론 교육을 병행하거나 전담 조직을 출범하고 있다.
경기도는 2018년 5월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격을 소지한 전문가 4명을 채용하고 토지정보과 공간정보드론팀을 드론 촬영 전담부서로 지정했다. 공간정보드론팀은 지적재조사사업, 안전관리 등 도정 업무를 위해 각종 드론 영상을 직접 촬영·제작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드론을 활용키로 하고 지적재조사팀 직원이 전문교육을 받고 드론조종자격증도 땄다. 강원도도 시·군 공무원 18명이 드론 조종 자격증 취득에 나섰다. 올 하반기에는 방역·방제 등 공공행정 현장에서 요구되는 임무 교육을 운영, 맞춤형 드론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부산시와 충남도도 각각 해양과 토지·작물 분야에서 드론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드론 산업 관련 조례도 속속 제정되고 있다. 대다수의 지자체는 조례에 기반해 드론과 관련된 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남영식 대전세종연구원 박사는 “드론 활용성을 행정 전반으로 넓히기 위해선 전담 인력과 조직이 필수”라면서 “이를 통해 드론 활용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생활 파고드는 드론… 안전·활용도 높여야
드론의 쓰임새는 행정분야와 실생활을 가리지 않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드론 활동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드론을 도심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보다 세밀한 기술력이 담보돼야 한다. 드론의 비행 제약을 없애기 위해선 전신주나 건물 입간판 등을 피할 수 있도록 레이더 같은 감지 기술을 갖춰야 한다.
일부 해안지역에서 배송 업무를 맡을 경우 이·착륙 시 추락을 피하기 위해 바람과 주변 전자파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탑재해야 한다.
울산의 경우 ‘드론 기반 소형무인 화물 물류시스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항 반경 2㎞ 이내에서 드론을 활용해 물류터미널과 해상 선박 간에 선용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악의 기상과 운송조건 같은 환경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해상 선박용품 운송용으로 특화한 드론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지자체에선 단순 행정 업무뿐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실생활까지 사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골목이 많은 주택가에는 ‘귀갓길 안심 지킴이’ 역할을 맡기고, 공장이 많은 지역에는 불법소각이나 매연 배출행위를 감시하게 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을 대상으로 직접 드론 교육에 나서기도 한다.
경북농업기술원은 농가에서도 자체적으로 드론을 활용해 일손을 도울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2020년 북구 대촌동 드론비행연습장에 1만343㎡ 규모의 드론공원을 조성했다. 드론 무료체험과 함께 드론조종자격증과 드론 비행·촬영 승인 방법, 드론 촬영 스킬 등을 배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드론 택시 및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기반 여객 수송까지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고 내다봤다.
남영식 대전세종연구원 박사는 “드론의 활용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현재 사용목적의 고도화와 더불어 수송 기능을 상용화하는 것”이라며 “일상 생활에서 드론은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드론 활용 확장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조례 제정이 선결 과제로 제시된다.
남 박사는 “드론이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드론의 확장성을 충분히 준비하기 위해선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 여건을 미리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