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텃밭 전남에서 무소속에 기초단체장 7석을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이는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잡음과 일당 독점 피로감, 대선 패배 후유증, 정책 의제 실종 등이 한꺼번에 겹쳐 무소속 돌풍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배제된 현역 단체장들은 무더기로 탈당한 후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인지도가 낮은 민주당 후보를 줄줄이 눌렀다.
6일 선관위에 따르면 전남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지역만 목포를 비롯 순천, 광양, 강진, 진도, 무안, 영광 등 무려 7곳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4명의 당선인은 민주당 공천에 반발한 이탈자다. 민주당은 대선 석패 이후 쇄신과 변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천 시작부터 각종 잡음이 일었다.
공천 심사를 담당하는 민주당 전남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공관위원 구성 과정에서 10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중 5명을 공관위에 참여시켰다.
나머지 의원들 역시 자신들 몫으로 측근을 공관위에 참여, 국회의원 ‘줄 세우기’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비리 혐의와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인 현직 단체장들 상당수가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지 않고 경선에 합류하는 등 고무줄 심사 논란도 발생했다.
장흥군과 강진군은 정성평가 없이 권리당원과 군민의 여론조사만으로 자체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혀 후보들의 보이콧과 파행으로 이어졌다. 경선 과정에선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변경을 통한 일반국민 여론조사 오염과 권리당원 이중투표, 당원명부 유출 등의 논란도 잇따랐다.
개혁공천은 고사하고 지방선거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공천 잡음이 어김없이 반복되면서 민주당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포에선 민주당 공천에 배제된 박홍률 당선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김종식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순천 역시 노관규 당선인이 민주당내 컷 오프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오하근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현직군수인 김산 당선인도 공천에서 배제되자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겠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최옥수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며 재선에 올랐다.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강진군수 선거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자 강진원∙이승옥 후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현직 리턴매치를 벌인 끝에 강 당선인이 현직을 누르고 재입성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는 무소속 김희수 진도군수 당선인도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차례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인환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영광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종만 당선인이 김준성 민주당 후보의 3선을 저지했다.
광양은 민주당을 탈당한 현직 정현복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인화 무소속 후보가 김재무 후보의 민주당 바람을 잠재웠다. 나주와 담양, 곡성, 고흥, 장흥, 장성 등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 접전 양상이 벌어졌다.
‘묻지마 1번’ 투표를 했던 과거와 달리 민주당 대 무소속 후보 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민주당에 실망한 지역민들 사이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정서가 확대되면서 무소속 후보의 선전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