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정규직·비정규직 낡은 틀을 깨자

4년차 ‘소울리스좌’도 정직원 안돼
비정규직 보호법, 노사 모두 피해
임금체계 직무와 성과 기반 재편
노사 함께 성장 노동구조 정착을

2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1700만회를 넘긴 동영상이 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인플루언서의 트렌디한 동영상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일 뿐인데 전 국민의 3분의 1이 이미 시청했고 동영상 속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후속 영상이 속속 올라온다. 바로 에버랜드 캐스트로 일했던 김한나님의 소울리스좌 동영상이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물이 많이 튀어 몸이 젖는 놀이기구를 타는 손님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탑승에 필요한 정보를 배경음악에 맞춰 빠른 랩으로 전달하는 영상이다. 소울리스좌란 별칭은 무표정한 얼굴로 춤추며 랩을 하는 모습이 영혼은 없어 보이지만(soulless) 자신의 영역에서 경지에 달했기에 좌(座)라는 한자어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손님의 관심과 입소문이 어떤 분야보다 중요한 테마파크 사업에서 이런 직원의 유명세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자 마케팅 포인트이다. 적지 않은 보상을 얻을 만한 성과라 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해진 김한나씨는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인 캐스트로 4년에 걸쳐 일했고 현재는 다른 부서에서 캐스트로 재계약해 일하고 있다. 소울리스좌 동영상의 사회적 파급성, 김한나씨의 전문성과 노력을 생각해본다면 정직원으로 일했거나, 보상의 차원으로 정직원으로 일하게 되리라 생각할 수 있는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 왜 그러한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일하면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해야 한다는 조항은 김한나씨를 여전히 캐스트로 재직하게 만들었다. 시행 당시부터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자는 선의가 역설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는데 아직도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2년 기간제로 일하고 연장계약을 희망하는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현재의 규정에 선뜻 동의할 기업은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시장환경과 사회상황이 변하더라도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조정이 자유롭지 않고 상당수 직장이 채택한 호봉제 임금체제에서 향후 급여 감당이 어려운 상황의 발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의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서는 기업 인력 구성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식과 기술에 기반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도 필요하나 반복된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승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인력도 있지만 주어진 일만 처리하며 일정 수준의 대우에 만족하는 인력도 존재한다. 각각의 상황에 맞춘 임금 및 고용 체계가 필요한데 현 제도의 경직성은 이를 어렵게 한다.

사회 전반적인 생산력 향상에도 현 제도는 부정적 결과를 야기한다. 2년간 실적을 내도 그 이상 재직할 가능성이 없는 회사를 위해 자기계발로 최대의 성과를 내려는 기간제 근로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소울리스좌가 흔히 발견되는 경우는 아니다. 임금근로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간제 노동자의 역량이 향상되지 않으면 국가 전반의 인적자원 증진에도 한계로 작용한다.

노동계약을 정규직-비정규직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금의 제도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되며, 자신의 역량에 맞는 처우를 원하는 노동자의 의지를 담아낼 수 없다. 또한, 회사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적 구조 유지에 어려움이 있기에 노사 모두 피해자가 되는 난관에 놓이게 된다.

경직된 인사체계는 앞으로 더 큰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세계화와 초연결 시대에서 디지털 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통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기업의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흐름에서 노동과 고용의 형태, 급여와 복지의 제공 방식은 변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19를 통해 단기노동자(Gig Worker)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머지않은 시점에 인간은 평생 10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리라 예상되며 사실상 정규직-비정규직 논의는 무의미하게 된다.

정부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낡은 틀에 집착하는 대신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노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노동 구조가 정착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기반으로 재편하고, 인사구조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담보하면서도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설계해 기업과 노동자, 더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전쟁, 기후변화, 인구 감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전환기적 위기 상황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논쟁은 전근대적이며 비생산적이다. 핵심은 노사가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며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공감대가 얼마나 잘 형성되었는지 여부이다. 소울리스좌 김한나씨가 인정받고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