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나친 檢 편향 인사, 이러니 ‘검찰공화국’ 우려 커지는 것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고위 공직자 인사 스타일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는 박성근 전 서울고검 검사를 각각 임명했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조직·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실세 자리인 데다 조 실장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변호인을 맡은 바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총리비서실장에 2년 전까지 검사였던 인물을 앉힌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출신을 정부부처 장차관급에 6명,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에 6명 임명한 데 이어 추가 차관급 인선에서도 ‘검찰 라인’ 발탁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전례 없이 검사 출신인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고 한다. 강 교수는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윤 대통령과 ‘카풀’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한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업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할 공정위원장 자리에 합당한지 의문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자리에도 검찰 출신이 임명될 거라는 말이 나돌아 경제계의 우려마저 사고 있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인데 검찰 출신이 과도하게 중용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니 ‘검찰 공화국’ 우려와 반발이 커지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이 검찰에서 인연을 맺은 인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사에는 능력과 효율성 외에도 다양성과 탕평, 전문성 등 요소가 두루 고려돼야 한다. 동종교배식 공직 인사가 가져올 역효과를 경계해야 마땅하다. 국정 운영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해치고, 국정이 검찰 중심의 좁은 시야에 갇힐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쓸 만한 인재는 검사들밖에 없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사회통합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인사를 잘하느냐에 윤석열정부의 성공 여부가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가 번번이 시비에 휘말려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검사 경력이 전부인 대통령이라면 더 의식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추후 인사에선 아는 사람, 내 편만 고집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다양한 인재풀을 폭넓게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