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더 내려 갈 거란 기대에 매수세 없어. 매물 쌓이고 급매도 나온다”

매수세 실종에 갈수록 매물만 차곡차곡 쌓인다
뉴스1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매수 심리가 위축한 데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서 등은 수억원 하락 거래도 속속 등장해 올해 하반기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7일 뉴스1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178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5월 6일 5만5954건 대비 5829건(10.4%)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소식이 전해지면서 절세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 것. 매물 수는 지난해 말 4만5000건 안팎을 맴돌다 3월 중순 5만건을 넘어섰고, 지난 5월 18일(6만284건) 6만건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6만건대를 기록했다.

 

동대문구를 비롯해 관악구, 강서구 등의 매물 증가 속도가 빨랐다. 동대문구는 매물 증가폭 13.3%를 기록하며 서울서 가장 높았다. 이어 관악구(12.8%), 강서구(12.8%), 마포구(12.7%), 용산구(12.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용산구를 제외하면 최근 실거래 하락이 뚜렷한 지역이다. 매물이 쌓이면서 급매로 나온 절세 매물이 하락 거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서구 마곡동 신안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6억7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신고가 거래 9억5000만원 대비 2억8000만원 하락한 거래다. 1993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재건축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값(전용 59㎡ 기준)이 7억원대에서 단숨에 9억원대로 치솟았다.

 

신축도 하락세다. 2015년 입주한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128㎡는 지난달 27일 신고가보다 3억7500만원 하락한 13억2000만원(17층)에 손바뀜했다. 이 밖에 마곡수명산파크3단지, 우장산아이파크·이편한세상 등 실수요가 높은 단지 역시 1억~2억원 하락했다.

 

강서구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호가가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라면서도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생각에 매수세가 없어 (매물이 쌓이고) 급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는 보유세 과세 기산일인 6월 1일 이후에도 매물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서울도 집값 약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매물 증가와 금리 인상 본격화에 따른 매수세 위축으로 하반기 시장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년 6월 1일은 보유세 과세 기산일이다. 보유세 영향에 통상 과세 기산일 전후로 매물 증감에 변화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 배제로 보유세 절감을 위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계속 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5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10개월 만에 다섯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75%까지 치솟았다. 금통위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면서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최근 4주 연속 하락해 90.2까지 내려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8월 이후 시장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8월 이후 전셋값이 크게 치솟고 다시 매수세가 붙는다면 서울 집값은 상승하겠지만, 금리 인상 부담으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저조하다면 (서울 집값은)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결국 8월 전까지 일부 강남 재건축을 제외하면 크게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