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때리면 훈수, 반박하면 내부 총질… 1년 내내 흔들고 싸가지?”

정진석 “정치 선배 우려를 ‘개소리’ 치부… 만용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우크라이나 국회를 방문, 회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음을 알렸다. 6·1 지방선거 공천 관련 갈등을 빚고 있는 정진석 의원을 두고는 “어쭙잖은 5:5 양비론 저는 사양한다”며 전면전을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16시간 버스를 타고 우크라이나 전쟁통을 벗어나서 이제 바르샤바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 편을 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당대표를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서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기고 공관위원 전원 구성권까지 드렸으면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예우는 다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제가 잘못한 것은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 야멸차게 비판하시고 누군가가 바꿔야 할 생각이 있다면 바꾸라고 지적하시라”고 했다.

 

이 대표는 “3일 뒤면 (당대표) 취임 1년이다”라며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는가”라고 했다. 또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그런다”, “민주당 때리면 뒤에서 총질하고,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 총질”이라며 쌓였던 불만을 쏟아내듯 적었다.

 

이 대표는 “모든 걸 1년 동안 감내해오면서 이 길 가는 것은 그냥 그래도 정치 한 번 바꿔보겠다고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 준 젊은 세대가 눈에 밟혀서 그렇지 착각들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대선 승리의 원흉 소리 들을 때도 꾹 참았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앞서 다른 글에서는 6·1 지선 공천 관련, 기준 미달 인사를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민원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부탁을 누가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 의원이었기 때문에 정치권 내 의심은 정 의원한테 쏠렸다.

 

이 대표는 특히 “이번 지선 공천 과정에서 저는 공관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며 “자기 관할인 (서울) 노원구청장 안 찍어 내리고 경선한 당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부의장. 서상배 선임기자

정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폭로와 관련해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이 대표는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및 정미경 최고위원의 성남 분당을 지역구 당협위원장 임명 관련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데,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준 것은 일종의 특혜 아니냐는 것이다.

 

정 의원은 특히 이 대표의 ‘용기 발언’을 두고 “선배 정치인이 당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가”라며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와 정 의원 간 벌어진 ‘랜선 갈등’이 9일 이 대표 귀국 후 당내 패권 경쟁으로 비화할지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에 야당 몫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국민의힘이 정 의원의 임기를 올해 말까지 유지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만큼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협상 물꼬가 트일 경우 본회의를 통해 부의장으로 재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 의원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