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빌딩 ‘방화 테러’… 7명 사망

7층 건물 2층서 불… 50명 부상
폭발음 뒤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재판 패소 불만… 용의자도 사망
변호사·사촌 사무장·신혼 직원 등
사망자 모두 같은 사무실 근무
9일 오전 10시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등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직후 건물 내부에 갇혀있던 시민들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고 있고 일부는 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하고 있다.   뉴스1

대구지방법원 인근 한 빌딩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이번 화재는 소송 등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방화로 추정된다.

 

9일 대구경찰청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불이 났다. 사망자는 모두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이들로 알려졌으며 희생자는 변호사 A씨(57)와 그의 사촌인 사무장 B씨, 갓 결혼한 30대 여직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한 부상자들은 영남대병원 등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건물 내에 있던 입주자와 방문자 수십명이 건물 밖에 설치된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피신하기 위해 아찔하게 외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건물 3층 사무실의 한 근무자는 “폭발음이 들린 뒤 갑자기 유독가스가 복도와 계단을 가득 메워 사무실에 갇혀 있다가 출동한 소방관의 도움으로 구조됐다”면서 “사무실에서 다친 사람은 다행히도 없지만 2층에 아는 분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생사의 기로… 구조 기다리는 시민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에 소재한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자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시민들이 외벽 쪽으로 급히 나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외벽을 타거나 손을 들어 구조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이 간신히 자리잡은 난간과 주변 일대는 연기로 뿌옇게 흐려 있다.  대구=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엔 변호사 30여명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 변호사 사무실은 계단에서 가장 먼 쪽이었으며, 변호사 3명이 함께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났다”는 119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진화 작업을 펼쳤다. 불은 22분 뒤인 오전 11시17분쯤 진화됐다. 소방대원들이 각층을 돌며 수색한 결과 2층 구석에 있는 203호실에서 남성 5명과 여성 2명 등 7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석진 대구 수성소방서장은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연기 흡입 부상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방과 경찰 당국은 50대 방화 용의자가 전통시장 재개발 사업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해 불만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소송 결과 등에 불만을 품은 의뢰인이 자기 몸에 강한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방화 용의자가 뭔가 들고 나오는 장면을 확인했다”며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과 소방이 합동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2차 건물 수색까지 마치고 추가 인명피해가 없다고 전했다. 경찰·소방 현장합동감식 결과 화재 발생 사무실이 밀폐된 구조인 데다 지하를 제외하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사건 발생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인명 구조·수색을 철저히 하고 부상자 구조와 치료를 빈틈없이 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