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쩐의 전쟁

사우디아라비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인물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다. 고령의 부친을 대신해 권력을 움켜쥔 그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린다. 뭐든 맘대로 다 한다는 뜻이다. 2018년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사건은 그의 전횡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사우디 측의 부인에도 미국 정보 당국은 사건 배후에 그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국제사회는 사우디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최근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을 냉대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터키, 러시아,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산유국 사우디의 몸값이 덩달아 고공행진한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조만간 이스라엘과 아랍국을 방문할 것이고 사우디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를 방문해서는 원유 증산을 요청할 것이 유력시된다. 오일머니의 힘이다.



사우디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시리즈가 지난 9일 영국 런던 센추리온 골프클럽에서 막이 올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맞서는 골프 투어를 창설한 LIV 골프는 그동안 거액의 계약금을 내세워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더스틴 존슨, 필 미켈슨 등 PGA 투어 스타들이 다수 참가했다.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는 약 1억달러(약 1269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합류한다고 한다. PGA 투어가 “새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는 PGA 투어 출전이 금지된다”며 엄포를 놨지만 소용없었다.

몸집에선 47개 대회 규모의 PGA가 앞서지만 LIV 투어는 올해 8개 대회만 여는데도 총상금 2억5500만달러(약 3237억원)의 엄청난 돈잔치를 벌인다. 첫 대회에선 꼴찌를 해도 12만달러(약 1억5000만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 프로골프대회 우승자 상금과 맞먹는다. ‘쩐의 전쟁’에 뛰어들어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선수를 누가 탓하겠나. 과거 미국프로농구(NBA)가 차이나머니에 머리를 조아린 적이 있다. 이번에는 세계 골프 판도를 주물러 온 PGA와 오일머니의 한판 싸움이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있다.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