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서 우야노"… 대구 변호사 사무소 방화 희생자 오열 속 첫 발인

12일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들의 발인식에서 유족과 지인들이 희생자들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렇게 보내도 되는 일이냐…”

 

12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은 이른 아침부터 비통함이 가득했다. 지난 9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소 빌딩 방화 참사 희생자 5명의 발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 50분쯤 30대 여직원을 시작으로 30분 간격으로 전날 발인한 희생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5명 희생자의 발인이 차례대로 진행됐다.

 

검은 상복을 입은 유가족을 비롯해 친구, 동료 등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장례식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부 유족은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며 영구차에 오르는 관을 내려치기만 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이렇게 보내도 되나”, ”남은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말하며 통곡했다. 사촌형제 사이인 김모(57) 변호사와 50대 사무장의 관이 차례로 나오자 탄식은 더욱 깊어 졌다. 발인 직전 빈소에서 “좀 깨어났으면 좋겠다”, “오빠 어떡하노”라며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김 변호사의 아내눈 “잠깐 갔다 온다 했잖아 자기, 집에 와야지”라며 관 위에 쓰러지며 흐느끼자 친인척들과 지인들은 “진짜 이건 아니다, 아니다"”, “우리 새끼 우야노", “사촌들이 이게 뭐노”라며 함께 울었다. 유족들은 쉽사리 운구차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고, 장례식장 주변은 한동안 울음바다가 됐다.

 

숨진 김 변호사와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한 배모(72) 변호사는 “가슴이 너무 무거워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고,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유족들한테 위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화범 천모(53)씨이 제기한 투자금 반환 소송의 상대방 변호인이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이날 발인은 끝났지만 13일 오후 6시까지 합동분양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석화 회장은 “13일 대구 변호사회가 추도문을 낭송하고 시민들이 남겨놓은 편지를 읽는 등 헌화와 분향을 하는 것으로 분향소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까지 전국의 변협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서 진행 중인 모금이 끝나는 대로 유족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마련한 온라인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4702명이 헌화했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7층짜리 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57명이 연기흡입 등으로 다쳤다. 건물 안에 있던 수십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