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수칼럼] 한·미, 경제·안보 동맹시대 과제는

韓, 공급망·외환시장 안전판 확보
IPEF 참여로 국가의 발언권 강화
中 리스크·기업 족쇄는 유념할 점
자유세계 가치 공헌 책임도 중요

“경제가 안보, 안보가 곧 경제인 시대.”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중심 문장이다. 한·미동맹이 경제·안보·기술로 확대됐다. 역사적 변곡점을 맞았다.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 간에 의미 있는 주고받음이 있었다.

미국이 얻은 건 크게 두 개다.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확보와 일자리 창출. 첫 번째 선물이다. 삼성전자 170억달러, 현대자동차 105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00개, 현대차는 조지아주 서배너시에 8500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덕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지지기반을 굳혔다. 두 번째 선물이다. 텍사스주는 공화당이 행정·의회 권력을 틀어쥔 곳이다. 조지아주도 공화당 텃밭이었다. 2020년 대선에선 조지아주에서 바이든이 간신히 이겼다. 0.3%포인트 차(1만4007표)다. 조지아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16명을 모두 가져갔다. 2024년 바이든 재선에도 조지아주 승리가 관건이다.



우리가 거둔 성과는 뭘까. 우선 ‘외환시장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보강됐다.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안정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정상 간 공동성명에서 처음 보는 문구다. 5월21일 공동성명으로 한국은 종전과 달라진 특별한 위치에 서게 된다. 외환시장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질 때 한·미 간 대화채널이 가동되는 것이다. 통화스와프 버금가는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선언으로 강화된 국제사회 발언권도 중요 성과다. △디지털 경제 등 무역 △공급망 △탈탄소·청정에너지·인프라 △조세·반부패. IPEF를 떠받치는 네 기둥이다. 분야별 국제규범이 새롭게 논의된다. 룰 만들 때 빠지면 국익에 피해가 크다. 처음부터 주도권을 쥐는 게 관건이다.

예컨대 디지털 데이터 현지화, 국경 간 데이터 이동 관련 국제표준이 뜨거운 이슈다. 기업이 수집한 특정 국가 자료는 해당국에서만 저장·처리해야 하는지, 국경 간 데이터 흐름에 제한을 둬야 하는지, 각기 다른 주장이 팽팽하다. 한국은 유럽식 ‘데이터 보호주의’를 지지한다. 국가안보상 민감한 공간정보는 국외 이동을 금한다. 반면 미국은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주장한다. 2015년부터 국경 간 데이터 흐름의 경제적 가치가 상품 거래보다 커졌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격렬히 충돌하는 배경이다. 한국은 규칙 제정에 IPEF 출범국 지위로 참여한다. 국내 기업의 어려움을 대변할 든든한 창구가 마련된 것이다.

원자재·에너지·식량 등 경제·안보 핵심 품목 공조채널 구축도 성과다. 공급망 차질은 한 나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밀은 99% 이상 수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유의 가치를 공유한 국가끼리 힘을 합쳐 대응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인태 지역 공급망 연대 플랫폼이 IPEF다.

유념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IPEF 가입에 중국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한·중 간에는 이미 고도로 연결된 공급망이 가동 중이다. 경제 교류 협력관계를 섣불리 흔드는 건 양국 모두에 손해다. 상호 존중, 상호 이익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가 IPEF 추진 원칙으로 ‘개방성·투명성·포괄성’을 강조한 이유일 거다.

기업에 채워진 족쇄도 유의할 사안이다. 경제·안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는 기업이다. 국가 발언권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뒤처질 때 딱 그만큼 위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 법인세,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근무제, 삼성전자 부회장 매주 재판 출석. 외국 경쟁 기업이 내심 반기는 모래주머니다.

친구가 어려우면 피를 흘려도 함께 맞서겠다는 약속이 동맹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는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을 다섯 차례 강조했다. 받을 것에만 집착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자유세계 가치에 공헌하는 나라다. 경제·안보 동맹은 가치동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