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고 국내 기름값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판매되는 고급 휘발유의 경우에는 ℓ당 3000원에 육박하는 곳까지 나타났다. 급등하는 유가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전체가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가로 쓸 수 있는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68.07원으로 전일 대비 3.48원 올랐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유종인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 관세,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비용 등이 포함된 세전 판매가격과 세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넘어서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달 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고, 이후에도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을 최대한도(37%)까지 높일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유류 가격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인하 폭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름값 급등은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1갤런=3.8ℓ)당 5달러(약 6400원)를 넘어섰다.
지난 11일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일반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004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한 주 사이에만 0.19달러(약 243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미국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중이다. 미국 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