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가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13일 E&E뉴스에 따르면 컨커디어대학과 에든버러대학 경영대학원은 세계자원연구소(WRI)와 다른 단체가 참여하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가입해 목표를 세운 기업 115곳의 배출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15∼2019년 기업들이 보고한 스코프2 온실가스 배출량(해당 회사가 사용하는 전기 등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량) 감축 대부분이 REC로 인한 것인 게 확인됐다. REC를 계산에서 제외하고 볼 경우, 많은 회사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궤도에 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1.5도는 국제사회가 목표로 삼고 있는 지구 온도 상승 제한 폭이다.
연구진은 관련 보고서에서 REC 사용을 배출량 보고에 합치는 행태에 대해 “기업이 보고하는 배출 궤적의 진실성과 그들의 파리협정 지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전력망에 기여하는 전력 1MWh(메가와트시)당 1REC를 만든다. 기업은 이를 구입해 배출량 계산에 사용할 수 있다. 전력 소비량과 전력망 배출 계수를 사용해 스코프2 배출량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REC를 구입한 기업은 더 낮은 배출 계수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전력 소비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출량 값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 주저자인 안데스 존은 E&E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매년 전년보다 더 많은 인증서를 사는 것만으로 연간 배출량의 점진적이고 신속한 감소를 보고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인증서들이 실제로 전력망에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투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REC 제도는 시장에 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한 수요 증가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간 지지받아 왔다. 미국 재생에너지위원회 프로그램·콘텐츠 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인 레슬리 헌터는 REC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미국 재생에너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REC가 미래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는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지닌 기업의 수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6년 SBTi이 발표한 목포 수립 기업은 200곳이었다. 현재는 3000곳 이상이 목표를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다. 이렇게 목표 수립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뿐 아니라 거기에 따라 실제 배출량을 감축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REC에 대한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서 보고 작업 또한 복잡해지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REC 사용량은 2015년 구매 에너지의 8% 수준이었으나 2019년 27%까지 치솟았다.
연구진은 이들 기업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줄인 스코프2 배출량이 REC와 같은 시장 기반 수단을 고려할 때 3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감축 추세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 목표 경로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REC를 빼고 계산할 경우 이들 기업의 배출량 감소분은 1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 온도 2도 상승 제한 경로를 충족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밖에 기업의 REC 사용 패턴을 이용해 미래 배출량 보고를 전망했다. 그 결과 시장 기반 스코프2 보고서를 이용한 기업 대부분이 2도 상승 제한 경로를 유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스코프2 배출량 감축분 중 약 42%가 미래 시나리오에서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았다.
연구진은 배출량 계산을 보다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선 기업들이 시장 기반 수단에 대한 고려 없이 그들의 배출량을 주로 보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니면 배출량 계산에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다른 방식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시장 기반 수단만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결과를 볼 때 1.5도 목표 달성 과정에서 기업을 완전히 신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존은 “정책입안자들이 기업이 취한 이런 조치를 보고 그저 ‘그들이 그걸 알고 있다’며 뒤로 물러서는 건 다소 위험하다”며 “이번 연구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