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감당 안돼”… 자영업자 56% “최저임금 동결·인하해야”

전경련, 자영업자 대상 설문조사

“재료가격 등 뛰어 남는 게 없다”
절반이 “현재 최저임금도 부담
2022년 2019년 실적 회복 어려워”
24% “이미 폐업 고려 한계 상황”
경총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해야”
사진=연합뉴스

서울 관악구에서 30년 넘게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덕현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최근 매출은 회복세지만 재료 가격이 껑충 뛰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는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는데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버틸 여력이 없다”며 “코로나19 때도 직원 2명을 계속 썼는데 만약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규모를 줄여 아내랑 둘이서만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가평군에서 8년째 펜션을 운영하는 임도형씨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주말에만 2명을 고용하는데 일당이 8만원에서 몇 년 만에 12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저임금에 돈을 더 얹어줘야 해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당도 상승한다. 그는 “겨울에는 인건비에 난방비까지 부담스러워 장사를 아예 접었는데, 지금도 손님은 오지만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된다”며 “주변에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 중에는 종업원이 없어도 되는 업종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처럼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가 절반을 넘으며, 이들은 최저임금을 동결·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벌인 ‘최저임금 및 근로실태 설문조사’에서 자영업자의 51.8%는 현재 최저임금(시급 9160원)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 부담이 없다는 답변은 14.8%에 그쳤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분위기에 외식 수요와 여가·문화 생활도 증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53.2%는 올해 경영실적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만큼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42.6%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인상률 ‘5% 미만’은 11.2%, ‘5∼10% 미만’은 11.2%, ‘10∼15% 미만’은 12.8%, ‘15∼20% 미만’은 6.6% 등이었다. 이에 비해 최저임금이 올라도 고용을 포기하거나 해고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4.8%에 불과했다.

폐업을 고려하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도 이미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24.0%나 됐다. 이어 인상률 ‘15∼20% 미만’ 16.4%, ‘10∼15% 미만’ 13.4%, ‘5∼10% 미만’ 7.8% 등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42.8%가 ‘동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인하해야 한다’는 답변도 13.4%였다. 동결·인하 응답이 56.3%로 절반을 넘은 것이다.

이날 사용자단체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동계 주장을 쟁점별로 반박하는 형태의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 검토’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이 올해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캐나다(31.0%), 영국(26.0%), 독일(14.6%), 일본(12.1%), 프랑스(7.4%), 미국(0%) 등 주요국보다 높았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62.0%로 미국(27.3%)이나 일본(46.5%) 등을 크게 웃돌았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급격한 인상과 일률적 적용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경쟁국과 비교해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이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나타났다”며 “업종별 구분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