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정상화는 뒷전, 예산편성권은 개입하겠다는 巨野

삼권분립 규정한 헌법과 어긋나
국세청장 검증 불발은 직무 유기
민주당 법사위원장 양보가 마땅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대 의석을 무기로 정부를 통제하려는 법안을 잇달아 내놓아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이 어제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맹성규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 편성에 공동 참여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오늘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년 단위로 운영되는 예결위는 상임위로 전환된다. 또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 단계부터 국회가 보고를 받아 사실상 예산안 편성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삼권분립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 반한다. 현행 헌법은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에, 예산안 편성·제출 권한은 정부에 부여하고 있다(제54조). 또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제57조)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도 예산 심의 때만 되면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극성을 부리는 판에 예산 편성부터 국회가 개입하면 정치 논리에 따라 나라 살림이 춤추게 될 게 뻔하다. 민주당의 주장은 국정 혼란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민주당은 새 정부 발목 잡는 데 정신이 팔린 바람에 정작 해야 할 일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김창기 국세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의 난항으로 인사청문회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달이 넘도록 국정 차질이 계속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4대 권력 기관장이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관련 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세 행정에 대한 김 청장의 자질과 전문성을 검증할 기회를 날려 버린 국회의 직무 유기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온갖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박순애 교육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도 극히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은 두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어제 출근길에 “일단 상당 시간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공전 기간이 길어지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더 이상 인사청문회를 건너뛰는 불상사가 생겨선 안 된다. ‘원내 1당’ 자격으로 국회의장을, ‘야당’ 자격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은 더는 ‘청문회 패싱’이 없도록 서둘러 국회 정상화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