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심장이식만을 기다리던 아기가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생후 544일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심장이식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적절한 기증 심장을 찾지 못해 고통받는 심장병 환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과 SBS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흉부외과 조성규 교수팀은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받은 아기 환자가 국내 최장시간(400일) 장치를 유지한 끝에 심장 기능을 회복해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 아기 환자는 심장을 기증받지 않고도 이 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올해 3살인 순후는 산전 검사에서 심근증․심부전을 진단받아 지난 2020년 임신 38주 만에 3.5㎏의 체중으로 태어났다. 순후는 출생 당시 정밀 검사 결과 심장 기능이 정상 아기들의 17% 수준이었다. 약물치료를 받고 나서도 심부전 증상은 이어졌다.
이러한 경우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체중이 작은 아기에게 맞는 적절한 기증 심장을 구하기 너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순후의 심부전 증상이 너무 심해져 상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이에 의료진은 결국 순후가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자라 더 큰 심장을 받길 기대하며 생후 4개월이 되는 시점에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는 튜브를 통해 펌프와 좌심실을 연결하고, 펌프운동을 통해 혈액 공급 기능을 돕는 의료기기다. 적절한 기증 심장을 구하지 못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아에게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실시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순후는 수술 후 합병증도 없고, 수술 1개월째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질 만큼 상태가 안정됐다. 수술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의료진은 심실보조장치 제거를 시도했지만, 순후의 심장 기능이 나빠져 제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엄마와 순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격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순후 엄마는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순후의 몸집이 커져 더 큰 인공심장으로 교체해야 했을 때 기적이 조금씩 나타났다. 순후의 심장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개선되고 발달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의료진이 재차 장치 제거를 시도한 결과, 수술 400일째 되는 지난달 28일 순후의 몸에서 장치가 완전히 떨어졌다.
순후의 작은 심장은 400일을 함께한 보조장치나 새로운 기증 심장 없이도 지금까지 힘차게 뛰고 있다. 이 기간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유지한 순후의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일하다.
특히 이식 대기 중 장치를 삽입해 심장 기능까지 회복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라는 게 교수팀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이 28번 시행됐으나, 심장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경우는 순후를 포함한 3건뿐이었다.
병원은 소아중환자진료실 권혜원 교수(소아흉부외과), 입원의학센터 민준철 교수(소아흉부외과), 심장수술 환아 전문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알려진 심장이식도 감염, 거부반응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순후의 사례는 자기 심장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조성규 교수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심장 기능을 회복해 이식 없이도 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이 현재 심장이식을 대기하며 힘들어하는 환자 및 보호자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의료진들 모두 고생이 많았지만, 특히 500일이 넘게 집에도 가지 못한 채 아이를 돌본 어머니께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