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의 ‘우크라 전쟁’ 3대 시나리오… ‘장기화’ ‘승전 선포’ ‘본토 공격’

러, 완전 장악까진 수년간 교착 가능성
양국 피해 막대… 세계 경제도 직격탄
전쟁 목표 재설정… 조기 종식 분석도
전문가들 “희망 사항일 뿐” 현실성 적어
돈바스 발판 삼아 본토까지 진입할 수도
우크라, 위협 커지자 추가 무기 지원 촉구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전차 한 대가 이동하고 있다. 도네츠크=AP뉴시스

지난 2월24일 개전 이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의 수년간 교착상태 유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장악 후 승전 선포 △돈바스를 발판 삼은 러시아군의 서진(西進) 및 본토 공략이 그것이다.

 

CNN 방송은 “전쟁 장기화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국면에 왔다”며 “서방 당국자들이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교착상태의 장기화다.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완전 장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전선이 최장 수년간 교착상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우 양측에서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세계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러시아가 전쟁 목표를 전토(全土) 장악에서 돈바스를 접수하는 선으로 낮춘 뒤 승전을 선언하는 전개다. 사태를 가장 빨리 마무리하고 러시아도 체면을 챙길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좀처럼 종전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자들은 이 전쟁을 밀고 나가겠다는 푸틴의 의지가 줄어들 조짐이 없다고 본다”며 “현재로선 (두 번째 시나리오는)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전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서진 가능성이 높다며 세 번째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CNN은 “러시아가 동부 지방 점령을 마치면 이 지역에서 얻은 이익을 굳히기 위해 다시 본토 침공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고위 관리들이 러시아가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로 진입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콜린 칼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은 아니라 해도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리가 강하지 않다면 러시아는 더 전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돈바스 지역의 전황도 세 번째 시나리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 국방정보국(DI)은 이날 러시아군이 돈바스 요충지인 세베르도네츠크의 대부분 지역을 손에 넣었다고 밝혔다. CNN은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서부에 위치한 리시찬스크를 포위하기 위해 남동부 보급선도 차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본토 위협이 다시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측은 서방에 추가 무기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중(重)무기 지원을 호소하며 “지원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나 말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도 “서방에 요청한 무기의 10% 정도만 지원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미국 군사원조물자. AP연합뉴스

서방은 이에 실무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한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방어접촉그룹회의에서 무기·장비 지원이 추가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국방협의체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것(무기)을 파악해 보내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매우 긴밀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