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인도태평양’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로

美 인태전략에 단순 동조는
더욱 거센 中 반발 초래 우려
외교전략 바탕 다국적 협력
분명한 우리의 역할 찾아야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는 태평양으로, 전체 바다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가장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바다는 인도양이다. 태평양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도양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교역로이자 에너지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바브엘만데브, 호르무즈, 말라카 3대 해협이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두 대양을 합한 개념에 대한 논의는 2007년 일본 아베 총리가 인도 의회에서 ‘두 대양의 합류’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인도태평양이 전 세계 물동량의 70% 이상을 소화하고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특히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호르무즈∼인도양∼말라카∼남중국해를 통과하는 해양 수송로에 의존하는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부터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동원한 다층적 지역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중국 제조 2025’라는 현대화 및 세계화 전략을 통해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높이는 한편, 불법적인 남중국해 도서 점령, 군비 증강 및 현대화, 분쟁지역 침범, 역내 군사기지 건설, 대만에 대한 통일 요구 등 군사적 힘의 행사도 늘리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중국의 팽창적 주변정책은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서방의 조직적인 대응을 유발하였다.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본격적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인도태평양 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일본, 호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등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유럽연합(EU)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미국과 협력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한국 고유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 의지를 밝혔다. 이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구현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첫째,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외교전략의 철학과 비전 위에 세워져야 할 것이다. 전략의 지리적 범위와 대상 국가, 협력 의제도 이로부터 나와야 할 것이다. 지난 12일 폐막한 2022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는 가히 인도태평양 랠리라고 부를 만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하게 불꽃을 뿜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단순히 동조하는 인상을 주게 되면 중국의 더욱 거센 반발에 직면할 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아세안, 유럽 등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미래 번영의 공간으로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심이 안보적 고려 못지않게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인도태평양의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교차, 중복되는 다양한 전략들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해 분명한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발표된 인도태평양 전략들의 수립 배경, 과정, 최종 결과물과 이를 활용한 협력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살피고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과 다채널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셋째, 전략을 탄탄한 내용으로 채우고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상 지역에 밀착하여 그들의 대외협력에 대한 수요와 목표 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지난 5년간 신남방정책을 통해 이 공간의 핵심인 아세안, 인도와 관계를 공고히 해 왔다. 신남방정책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가 보다 업그레이드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다국적 협력의 망에서 중추적 위치를 얻는 데 한 걸음 앞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