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수비수 김민재 공백 드러내 미드필더진 유기적 협력도 부족 수비라인 조직력 향상 선결 과제 얇은 선수층… 선수 수혈 불가피 동아시안컵 시험무대 활용 필요
한국축구는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준비를 본격화하며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를 상대로 A매치 평가전 네 경기를 연속으로 치렀다. 이들 경기에서 2승1무1패의 성적을 거뒀지만 경기 내용으로만 보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세계 최정상팀인 브라질을 상대로 1-5로 대패했고, 가장 약체로 평가됐던 파라과이에게는 2번이나 역습 실점을 내주며 고전한 끝에 2-2로 비겼다. 심지어 2-0으로 승리한 칠레, 4-1로 완승을 거둔 이집트전조차도 내용 면에서는 수비 불안을 수차례 노출하는 등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했다.
다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이들 경기는 ‘모의고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고사까지 시간이 5개월이나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약점을 착실히 보강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이번 4연전은 아쉬움 대신 뿌듯함으로 한국축구 역사에 기억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약점을 극복하느냐다. 이 중 가장 많이 지적된 약점이 얇은 선수층이다. 핵심 선수 한두 명이 빠지자 경기력이 크게 하락한 탓이다. 특히, 중앙수비수 김민재(26·페네르바체)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라인 부진이 도드라졌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모든 팀에 부상 등으로 핵심 선수가 이탈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김민재가 빠진 공백을 전방과 미드필더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수비를 지원해 안정시켰어야 했는데 이번 평가전에서 그 부분이 부족했다”면서 “나머지 기간 수비 라인뿐 아니라 공격, 미드필더 전체를 아우르는 수비 조직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비 불안이 대부분 상대의 빠르고 조직적인 압박에 빌드업이 무너지면서 비롯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대표팀 압박 대응능력이 세계 수준 팀과 경기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결국은 선수들이 동료에게 패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도록 보다 빠르게 오프더볼 움직임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가까운 동료에게 패스할지, 보다 안전한 선택으로 길게 걷어낼지 판단이 좀 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3선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는 기존 자원을 활용한 전술 변화만으로는 약점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 확인됐다. 3선 미드필더는 그동안 정우영(32·알 사드)이 주전을 도맡아왔지만 브라질, 칠레전에서 수비력 등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파라과이, 이집트전에서는 정우영이 부상으로 빠지자 3선 미드필더 포지션 불안은 더 가중됐다. 기존 자원도 만족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대체할 자원조차 없는 선수 부족 상황이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한국축구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온 측면 수비도 이번 평가전에서 기존 자원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새로운 선수 수혈이 불가피하다. 마침 다음달 19일부터 일본에서 동아시안컵이 열린다. 유럽파 선수들이 차출될 수 없어 K리거 중심으로 대회를 나서야 해 새 자원 발굴무대로 활용할 만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 특성상 큰 틀의 선수 기용 변화는 없겠지만 적어도 문제를 노출한 몇몇 포지션에 대해서만큼은 동아시안컵을 의미 있는 테스트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