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단순한 신체․정신건강 측면에서 막연히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아닌 면역체계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나 직장 스트레스, 일상생활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모든 스트레스가 쌓이면 인간 면역체계의 노화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암이나 심장병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노인학 대학의 에릭 클로팩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50세 이상 성인 5700여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스트레스·일상 스트레스·만성 스트레스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이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유세포 분석기(flow cytometry)를 통해 혈중 세포들을 분석했다. 유세포 분석기는 혈중 세포가 레이저 앞을 통과할 때 세포의 크기와 기능 등 세포가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을 측정하는 장비이다.
그 결과, 스트레스 설문조사 자료로 매긴 스트레스 점수가 높을수록 질병과 싸우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수가 적고, 백혈구가 노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결과는 교육 수준·흡연·음주·체중·인종 등 여러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도 변함이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즉, 흡연·음주·위험한 생활 습관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일 수 있기 때문에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클로팩 교수는 “(금연·금주·위험한 생활습관 등을 줄이려는) 건강행동은 스트레스와 면역체계의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음주와 흡연 등이라도 절제하면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체계의 노화 촉진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참된 건강 기획’(True Health Initiative) 회장이자 예방-생활 의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카츠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면역체계 노화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카츠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의 차이도 결국은 면역체계 활성도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13일자(현지시간)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