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간절히 희망하는 핀란드가 기존 회원국들의 마음을 붙들기 위한 전방위 외교에 나서고 있다. 다른 회원국들로 하여금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터키를 설득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핀란드로선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 전까지 터키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나토 가입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20일 핀란드 정부에 따르면 산나 마린 총리는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 일정으로 발칸반도 4개국을 순방하는 강행군에 돌입한다. 방문 대상은 몬테네그로(2017년 가입), 북(北)마케도니아(2020년 가입), 알바니아(2009년 가입), 크로아티아(2009년 가입)로 모두 나토 기성 회원국이다. 이들 가운데 크로아티아는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란 점에서 핀란드와 접점이 있으나 EU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세 나라는 핀란드 입장에선 ‘미지의 국가’나 다름없다.
일단 마린 총리는 이들 국가 정상에게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 후 절차가 어떻게,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발칸반도는 터키가 과거 오스만 제국이던 시절 그 지배를 받는 등 역사적으로 터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터키는 “핀란드가 터키 내 테러 집단을 후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마린 총리는 이들 발칸 국가들한테 핀란드의 대(對)테러 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터키가 오해를 풀도록 나서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EU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을 핀란드가 적극 지원하는 방안이 일종의 ‘카드’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몬테네그로와 북마케도니아, 옛 소련 영향권이었던 알바니아는 EU 회원국이 되길 간절히 원하며 현재 EU와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마린 총리는 이들 세 나라를 EU가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도록 힘껏 돕겠다는 약속을 통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는 1939∼1940년 소련(현 러시아) 침공에서 비롯한 ‘겨울전쟁’의 결과 영토의 10%가량을 소련에 빼앗기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핀란드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핀란드는 국제사회의 러시아 규탄 및 우크라이나 원조를 주도하고 있으며 마린 총리는 얼마 전 직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날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는 등 강한 연대 의지를 표출한 바 있다.
이번 순방 기간에도 마린 총리는 러시아의 즉각적 철군을 촉구하는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질서가 완전히 변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자유 진영이 협력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