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수천㎞의 지하 배관 중 일부의 위치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여수시민협 논평에서 감사원이 지난 4월 ‘석유화학 산업단지 배관 안전관리 실태’ 보고서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여수시에 여수산단 사외배관 데이터베이스(DB)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런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일부 위치가 누락된 배관 위치도 확인하지 못해 후속 조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시민협과 감사원에 따르면 여수국가산단에는 전체 배관 연장 2092㎞ 가운데 32.6%가량에 해당하는 682㎞가 지하에 매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만7198m(19개 배관)에 대한 위치를 여수시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감사원이 요구했던 것으로 시민협은 분석했다. 사외배관은 산단 내 입주한 공장들끼리 고압가스나 화학물질 등 위험물을 주고받는 데 쓰이는 배관으로 배관 추가 등을 위한 굴착공사시 기존 배관 위치 파악은 기본이다.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에 누락된 배관을 굴착공사시 파손할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화학공장이 대부분인 산단 특성상 고압가스, 유독물, 위험물을 이송하는 배관일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20년 이상 지난 배관의 부식과 더불어 노후화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에 여수시민협은 “여수산단에서는 연평균 86.4건의 굴착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굴착공사는 432건에 달한다”며 “굴착공사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64건의 화재·감전·누출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언제 대형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수시는 사외배관 관리·운영을 그간 여수산단에 떠넘겼었다”며 “여수시가 과거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산업단지 지리정보시스템을 토대로 사외배관 DB를 구축해 놓고도 이 시스템의 운영이 중단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협은 “여수시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국비 22억5000만원 등 45억원을 들여 여수산단 GIS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며 “경험을 살려 GIS시스템을 복구하고 빠진 지하 배관을 찾아 다시 통합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산업부는 여수시가 입주기업들로부터 빠진 사외배관 정보를 모두 확보하면, 이를 기반으로 3차원으로 구축된 사외배관 DB 기반의 재난·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3년 12월 31일까지로 총 2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여수시가 누락된 사외배관 정보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290억원의 예산 낭비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