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새로운 근무 제도 도입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 근무가 또 하나의 업무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사무실 출근 횟수나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출근’보다는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일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새 근무제 ‘커넥티드 워크’를 실시한다.
카카오는 또 새 근무제에서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주 1회 오프라인 만남과 임직원 간 상호 소통을 위한 음성 채널 활용을 권장하되, 의무사항은 아니다.
카카오는 다음 달 8일부터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격주 놀금’ 제도도 도입한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격주로 주 4일만 근무하면 된다. 아울러 카카오는 만 3년 근무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30일의 휴가를 제공하는 안식·리프레시 휴가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근무제 파일럿 기간 근무 형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임직원의 의견을 듣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근무 제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23년 1월 정식으로 (새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지난달부터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도입했다. 무신사는 우선 주 2회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부서별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들이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하는 자율 출근제도 확대했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각자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근무한 뒤 퇴근하면 된다. 재택근무 때도 자율 출근제는 적용된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하면 되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도 신설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서울 강남역 인근 본사를 없애고, 최근 메타버스 공간 안 가상오피스 ‘소마’에 새로 본사를 마련했다. 가상오피스에선 아바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얼굴을 비추는 화상 캠이 떠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회의 공간에선 영상 창이나 이미지를 띄워 공동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서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웃거나 박수치는 이모티콘을 활용할 수도 있다. 대면 만남과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도권 50여개 거점 오피스를 활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 원격근무가 늘면서 가상 사무 공간을 임대하거나 원격근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직방은 자체 개발한 소마를 국내외 다른 기업에도 임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워홈과 에이아이에프(AIF) 등 20여개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스타트업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계열사 전체에서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용 중이다. 얼리 프라이데이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유지하되 매주 금요일에는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제도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1월부터 주 3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월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고 화∼금요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하는 형태다.
IT·플랫폼 기업들이 이처럼 잇따라 ‘근무 방식’ 개선에 나서는 것은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대기업들과 달리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IT 기업들이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성을 학습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IT 기업 특성상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인재 확보를 위해 이들이 원하는 근무 환경과 복지 제도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근무시간을 개인에게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좋다”며 “이를 통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